아들 같은 보물, 허재 잘 뽑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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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으로 눈부신 활약으로 펼치고 있는 KCC 슈터 김지후. 사진 동아DB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으로 눈부신 활약으로 펼치고 있는 KCC 슈터 김지후. 사진 동아DB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프로농구 해설위원은 SBS 감독 시절인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자신의 아들인 김지훈을 2라운드 7순위로 지목했다.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가 한 팀에서 뛰게 된 순간이었다.

지난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뻔했다. KCC 허재 감독은 4순위 지명으로 장남 허웅을 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허웅과 같은 슈팅 가드인 고려대 졸업반 김지후(사진)를 선택했다. 허웅은 아버지의 품을 떠나 5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었다. 허웅을 지도하게 된 김영만 동부 감독은 현역 시절 기아에서 허 감독과 호흡을 맞춰 전성기를 이뤘다. 김 감독은 허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KCC에서 은퇴식을 한 인연도 있다. 허 감독 입장에서는 주위의 껄끄러운 시선 속에 아들과 한솥밥을 먹는 일을 피하면서 절친한 후배에게 아들을 맡기게 돼 한결 마음이 놓였다.

시즌 개막 후 김지후를 낙점한 허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지후는 올 시즌 5경기에서 평균 32분을 뛰며 12.4득점을 터뜨렸다. 신인 가운데 득점 1위이며 국내와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19위에 해당한다. 3점슛 14개(경기당 평균 2.8개)를 적중시켜 전태풍에 이어 리그 2위다. 허재 감독과 용산고 동기인 고려대 이민형 감독의 조언도 김지후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KCC는 슈팅가드 김민구가 교통사고로 팀 전력에서 이탈됐지만 김지후가 그 빈자리를 너끈히 메우고 있다. 김지후는 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김태술, 제대 후 복귀한 하승진 등과 호흡을 맞추며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골밑과 외곽에 안정감을 갖춘 KCC는 강호의 면모를 되찾으며 일약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허웅은 시즌 4경기에 평균 10분 13초를 소화하며 1.8득점을 기록해 선수층이 두꺼운 동부에서 아직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모습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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