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찬 케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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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상승세 주역
따로 거주 않고 팀 숙소 생활… 심심한 것 못참고 잘 어울려
공격성공률 용병 꼴찌지만, 문성민과 공격 역할 분담… 입단 뒤 6경기서 5승 1패

케빈이 합류한 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팀 분위기뿐 아니라 성적까지 좋아졌다. 폭발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만큼 팀플레이를 잘하는 외국인 선수는 찾기 힘들다. ‘굴러온 복덩이’ 케빈이 18일 충남 천안의 팀 훈련장에서 양손에 각각 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 제공
케빈이 합류한 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팀 분위기뿐 아니라 성적까지 좋아졌다. 폭발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만큼 팀플레이를 잘하는 외국인 선수는 찾기 힘들다. ‘굴러온 복덩이’ 케빈이 18일 충남 천안의 팀 훈련장에서 양손에 각각 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 제공

요즘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프런트 직원들에게는 묘한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지난달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케빈(24·프랑스·사진) 때문이다. 이제 케빈은 동료 선수들에게 “뭐 하냐”고 묻는 등 한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줄 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어 교사를 자처한 김민철 의무(醫務)가 경상도 억양을 쓴다는 것이다. 동료 선수들이 ‘가리온(검은 갈기를 가진 백마)’ 또는 ‘케케’라고 부르는 케빈은 김 의무 때문에 경상도 억양을 쓴다. 사진을 같이 찍던 트레이너에게 “웃어라” 하고 말할 때도 영락없는 경상도 억양이었다.

○ 케빈은 내 친구


18일 팀의 연고지인 충남 천안시에 자리 잡은 복합 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케빈은 “정신없이 한 달이 흘러갔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리그와는 모든 게 다르다. 심지어 공도 다르다”며 “달라서 제일 좋은 건 팬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리그에서는 팬들이 응원만 한다. 그런데 한국 팬들은 선물을 정말 많이 줘서 좋다”며 웃었다.

케빈은 숙소 겸 연습장인 이곳에서 세터 최태웅(38)과 한방을 쓴다. 팀에서 얻어준 집에서 따로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르다. “숙소에서 살아보는 건 처음”이라는 케빈은 “우리 캡틴(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여러 번 확인했다) 이름을 내가 발음하기는 힘들지만 캡틴은 영어를 잘해 같이 지내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태웅은 외국인 선수들과 오래 뛰어 간단한 영어 회화는 별 무리가 없다.

이전에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아가메즈(29·콜롬비아)가 숙소에서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었다면 케빈은 심심한 걸 못 참는 성격이다. 같은 팀의 ‘토종 거포’ 문성민(28)은 “케빈이 온 뒤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냐”는 물음에 “그걸 굳이 말로 해야 아냐”며 웃었다.

○ 파괴력보다 친화력

팀 분위기가 좋아지자 성적도 올라갔다. 케빈이 합류한 뒤 6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5승 1패를 거두고 있다. 그 전까지 3승 7패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단독 선두를 달리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올해도 챔피언 결정전 상대가 아니겠냐”고 점칠 만큼 매서운 상승세다.

사실 케빈은 공격 성공률 43.9%로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낮다. ‘파괴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케빈은 팀 동료를 끌어올리는 선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합류한 뒤 가장 달라진 건 블로킹이다. 시즌 초반 세트당 1.86개였던 팀 블로킹이 케빈 합류 뒤에는 3.41개로 늘었다. 리베로 여오현(36)은 “케빈이 블로킹에서 한쪽을 확실하게 잡아주면서 상대의 공격 각도를 예측하기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문성민도 살아났다. 문성민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15.2점에서 19.2점으로 늘었다.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몰방(沒放) 배구에서 벗어났다는 방증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역시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배구”라고 말했다. 케빈은 “팬들은 내게 아가메즈처럼 해달라고 기대한다는 걸 알지만 나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며 “나를 앞세우기보다 문성민과 둘이 공격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팀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롤 모델을 묻는데 나는 미래의 내 자신이 롤 모델이다. 지금은 현대캐피탈 팬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기억되는 게 목표”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한편 18일 경기에서는 OK저축은행이 한국전력을 3-1(22-25, 25-22, 25-21, 25-20)로 꺾었고, 도로공사도 현대건설에 3-1(25-18, 25-27, 25-16, 26-24)로 이겼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케빈#현대캐피탈#문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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