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135번째 도전 끝에 LPGA투어 정상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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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번이나 두드려도 응답이 없던 우승의 문이 마침내 활짝 열렸다. 경기 후 그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엄마가 받기 전에 먼저 끊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을 맞은 그의 눈물은 달콤할 것 같았다.

신지은(24·한화)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35번째 도전 끝에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신지은은 2일 미국 텍사스 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CC(파71)에서 열린 텍사스 슛아웃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4타차 공동 4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신지은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으며 양희영(PNS), 허미정, 제리나 필러(미국)의 공동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렸다.

LPGA 2부 투어를 거쳐 2011년 LPGA투어에 데뷔한 신지은은 지난주까지 톱10에만 통산 20번 들었다. 우승이 없는 현역 선수로는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을 만큼 좀처럼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2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는 한 홀을 남기고 2타차 선두였는데 천동번개로 중단됐다 속개 된 경기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연장전에서 패했다. 올 시즌에도 호주여자오픈과 KIA클래식에서 선두를 달리다 뒷심 부족에 허덕이며 미끄럼을 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 3, 5번 홀에서 버디를 낚은 신지은은 10번 홀에서 1.5m 버디를 보탠 뒤 나머지 8개 홀을 모두 파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김세영, 최나연, 지은희는 신지은에게 맥주를 뿌리며 우승을 축하해줬다.

신지은은 “1,2라운드에서 그린을 자주 놓쳐 1~2m 거리의 퍼팅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됐다. 그동안 우승 경쟁을 여러 번 하면서 겪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앞으로도 늘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신지은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제니 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그는 미국의 주요 주니어 대회 우승을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LPGA투어에서 오랜 세월 무관에 그치면서 마음고생을 겪었다. 이름이 비슷한 전 세계 랭킹 1위 신지애와 자주 비교됐던 그는 LPGA투어 블로그에 ‘하루만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있다면 신지애가 되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는 체력 보강을 위해 매일 3~4km를 달리며 체중을 10kg 가까이 줄일 정도로 첫 승을 향해 독한 마음을 품었다. 160cm인 신지은은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49야드로 110위에 처져있지만 70%를 웃도는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앞세워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 달러.

올 시즌 LPGA투어는 11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국(계) 선수가 10승을 합작했다. 한국 국적의 신지은, 장하나(2승), 김효주, 김세영이 정상에 올랐고,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승), 호주 교포 이민지와 어머니가 한국인인 일본인 노무라 하루(2승)가 우승자 대열에 올랐다.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박인비가 2위를 지킨 가운데 김세영이 7위에서 6위로 올라서며 한국 선수 ‘넘버2’가 됐고 전인지(7위), 양희영(8위), 장하나(9위)가 그 뒤를 쫓았다. 신지은은 38위에서 24위까지 점프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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