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카레이서’ 본보 석동빈기자,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로 ‘영암서킷’ 달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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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내리막 3번코너, 끝가지 밟는자가 기선 잡는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막간 경기인 서포트레이스에 선수로 참여한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가 22일 코리아 서킷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영암=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F1 코리아 그랑프리 막간 경기인 서포트레이스에 선수로 참여한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가 22일 코리아 서킷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영암=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타이어가 22일 포뮬러원(F1) 서포트레이스 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F1의 막간 경기인 서포트레이스는 페라리와 포르셰, BMW포뮬러, 애스턴마틴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날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열린 서포트레이스에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 20대가 달렸으며 경기용 슬릭타이어는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가 끼워졌다.

기자도 바보몰레이싱팀 선수로 참가해 프로 선수들과 열띤 경쟁을 펼쳤다. 지난달 5일 영암서킷 공개행사인 ‘서킷런’ 때도 달려보긴 했지만 당시는 포장이 완료되지 않았고, 차의 출력도 70% 정도만 쓰며 여유롭게 주행하는 이벤트 성격이었다.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를 타고 본격적으로 달려본 영암 F1의 느낌과 레이서의 관점에서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를 분석해 본다.

오후 4시 정각. 상설 서킷 피트(레이싱카가 서킷에 들어가기 전 대기하는 장소)의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서킷에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다. 기자가 탄 차를 포함해 제네시스 쿠페 20대가 일제히 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서킷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F1 머신들이 시속 300km 이상으로 질주했던 바로 그곳이다.

첫 랩에는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타이어 온도를 높인 뒤 2번째 랩부터 풀 스피드로 가속을 시작했다. 그랜드스탠드가 있는 직선주로를 지나 처음 맞는 1번 코너 100m 전, 시속 180km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리 줄지 않아 코스를 이탈할 뻔했다. 이곳에서 2대가 코스를 이탈했다.

뒷바퀴를 스르륵 미끄러뜨리며 커브를 돈 뒤 곧바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곧이어 전 세계 F1 서킷 중 가장 긴 1.2km의 직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직선에서 F1 머신은 시속 320km, 제네시스 쿠페는 220km 정도 나왔다. 제네시스 쿠페의 출력은 310마력으로 F1 머신(750마력)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무게는 1250kg으로 두 배에 이르는 탓이다.

시속 220km에서 맞이하는 3번 코너는 살짝 내리막인 데다 출구의 도로 폭이 무척 좁아 조금만 욕심을 내도 코스를 이탈하기 십상이다. 3번 코너에선 어느 F1 머신의 최고 속도가 더 나오고, 어떤 드라이버가 탁월한 기술과 강한 심장으로 더 늦게 브레이크를 밟을지 관전하는 게 포인트다. 머신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능력에 따라 이곳에서 추월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접촉 사고도 예상된다.

4, 5, 6번 코너는 서킷에서 통과 속도가 가장 낮은 저속 구간이다. 너무 빨리 달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머신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기회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7, 8번 코너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구간이다. F1 머신은 시속 250km 이상으로 내리막 커브를 돌아나간 뒤 곧바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해 달릴수록 차체와 도로가 밀착되게 하는 ‘다운포스’의 설계가 중요해 보였다. 이 구간에서 무리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았다.

9번과 10번은 중속 구간이고 추월도 쉽지 않아 관람객 입장에서는 다소 밋밋할 것 같다. 그 뒤로 이어지는 11번과 12번 코너는 왼쪽으로 길게 돌아 나가다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오른쪽으로 빠르게 꺾어 나가야 해서 자칫 미끄러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차의 밸런스와 운전 실력의 차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3∼16번 코너는 가속과 감속, 그리고 코너링이 반복되기 때문에 차의 순발력과 드라이버의 운동신경이 중요해 보였다. 17, 18번 코너는 마치 터널을 지나는 듯 양쪽으로 콘크리트 벽이 둘러쳐진 큰 반원형 커브길이어서 잘못하면 벽과 충돌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든다. 하지만 이 구간은 곧바로 이어지는 그랜드스탠드 앞 긴 직선구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얼마나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연습경기 랩타임 최고 기록을 보면 F1 머신은 1분37초대, 제네시스 쿠페는 2분28초대가 나왔다. 약 51초의 차이다. 기자는 20명 중 11위로 중위권이었다.

서킷 공사는 늦었지만 시설은 거의 완벽해 보였다. 최신 설비와 기능 및 디자인이 뛰어난 경기 관련 건물이 들어서 F1 팀들도 만족해할 것 같다. 다만 서킷의 포장 표면이 너무 곱게 마무리돼 있어 태백서킷이나 용인서킷보다 미끄러웠다. 기자는 10바퀴(56.15km)를 달렸는데, 보통 다른 서킷에서 이 정도면 타이어가 거의 다 닳지만 영암서킷에선 3분의 1 정도만 마모됐다. 일요일 결승 레이스는 비가 올 가능성이 있어 수중전이 펼쳐질 경우 미끄러운 노면이 큰 변수다. 영암서킷을 지배하는 드라이버가 F1을 제패할 것 같다.

영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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