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조 안타 제조기’ 장훈씨…“일본야구 공부 더 해야… 한국선수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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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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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진출 선수들에게 쓴소리

도쿄=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도쿄=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일본 프로야구 속의 한국 선수들은 아직 멀었습니다.”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勳·70) 씨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수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현역 생활 23년 통산 3085안타로 일본 프로야구 역대 1위에 오르며 ‘원조 안타 제조기’로 불렸던 그는 “한국 선수는 일본을 철저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 씨에게 한국과 일본은 모두 고향이다. 한국인 부모의 피를 이어받았고 일본 히로시마에서 나고 자랐다. 그가 귀화하지 않고 한국 이름을 고집한 건 어머니에게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지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기 때문이다. 네 살 때 입은 화상으로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약지가 거의 움직이지 않음에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본 야구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를 지난달 21일 도쿄 아카사카의 프린스호텔에서 만났다.

○ 하라 감독 만나보니 이승엽에 애정 없어

장 씨는 야구장을 갈 때마다 조국의 후배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롯데 김태균에 대해 “초반에는 제몫을 했지만 후반에는 평범한 수준”이라며 “기업으로 치면 과장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는 일본에서 3할은 쳐야 커트라인을 통과하는 셈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4번 타자를 하다가도 6번으로 밀리고, 잘못하면 2군으로 떨어집니다. 일본 야구에 맞게 타격 폼을 고치고 반복해서 연습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

장 씨는 요미우리 이승엽의 부진은 아쉽다고 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불규칙한 선수 기용 방식 때문에 타격감을 놓쳤다는 것이다.

“하라 감독을 몇 번 만나 이야기해 보니 이제 이승엽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승엽을 가끔 대타로나 기용하니 잘할 수가 없죠. 불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서면 좋은 타격은 불가능합니다. 이승엽이 자신의 연봉(6억 엔 추정)을 대폭 낮추고 다른 팀으로 옮기면 20홈런 이상은 가능할 겁니다.”

○ 日 몇 개 구단 수석코치 제안 거절

장 씨는 1981년 은퇴한 뒤 야구 해설가로 활동했다. 그와 함께 뛰었던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회장), 나가시마 시게오(요미우리 종신 명예감독)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장 씨는 코치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본 프로야구의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말이 돌았다.

장 씨는 일본의 몇 구단에서 수석코치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너는 성격이 불같아서 감독 하면 죽는다’고 했어요. 아내와 두 딸도 ‘지도자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프로 입단 동기였던 오 사다하루마저 ‘감독 하면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다’며 말리더군요. 당장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구단과 팬에게서 비난을 받는 자리여서 부담이 크다는 얘기였죠.”

하지만 장 씨는 10여 년 전 한국의 한 구단이 감독직을 제안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조국에서 마지막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이면서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포기했다.

장 씨는 한국 야구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하는 등 세계 수준에 오른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50여 개뿐인 한국 고교 야구팀이 200개 정도로 늘어야 야구의 기초가 탄탄해집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돈 때문에 해외에 진출해서는 안 됩니다. 또 하루빨리 서울에 돔구장이 만들어져야 프로는 물론 유소년 야구도 활성화될 수 있죠.”

○ 재일교포로 산다는 것

장 씨는 일본 야구에 한국계 선수가 많지만 대부분 이를 숨기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재일교포 선수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걸 꺼립니다. 일부 스타급 선수도 포함돼 있지만 입을 굳게 닫고 있죠. 재일교포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밝혀지면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장 씨는 요즘도 하루 1시간씩 산책을 하고, 오 사다하루 회장과 골프를 치며 건강관리를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야구 인생과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의 체험을 담은 자서전 ‘또 하나의 인생(もう一つの人生)’을 출간했다. TV에서 야구 해설 등을 하면서 25권이나 책을 쓸 정도로 열성이다. 고희의 나이에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빛났다.

김태균 2안타… 롯데, 3년만에 PS진출

한편 김태균은 1일 열린 오릭스와의 안방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팀의 5-4 역전승에 한몫했다. 롯데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 퍼시픽리그 3위로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롯데는 퍼시픽리그 2위 세이부와 9일부터 3전 2선승제의 클라이맥스시리즈 1스테이지를 벌인다. 김태균은 일본 진출 첫해 타율 0.268, 홈런 21개, 92타점을 기록했다.

도쿄=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동영상=김태균 ˝올해는 아쉬웠다. 내년에 두고보자!˝

장훈은 누구?

△1940년 6월 19일 히로시마에서 장상정, 박순분 씨의 3남 1녀 중 막내로 출생
△1959년 도에이에 입단해 신인왕
△1961년 수위타자, 1962년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
△1970년 당시 일본 최고 타율 0.3834 기록
△니혼햄, 요미우리, 롯데 등에서 뛰며 1981년 은퇴
△통산 3085안타를 비롯해 수위타자 7회, 타율 3할 이상 16회
△현재 일본 TBS ‘선데이 모닝’ 스포츠 해설 및 스포츠신문 ‘스포니시’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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