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승윤“장난이라뇨,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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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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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친 종합격투기 하냐고요? ‘개콘’ 몸짱 변신役하다 자신감”“한방에 나가떨어질순 없잖아요 내달 데뷔전 위해 4시간씩 훈련”

■ 개그맨 이승윤의 겁없는 종합격투기 도전

“운동해서 근육 좀 키우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격투기가 장난인 줄 아나.”

개그맨 이승윤(30)이 요즘 종종 듣는 말이라고 한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헬스보이’, ‘알통 28호’ 캐릭터로 근육질 개그맨의 상징이 된 그가 종합격투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근육 만드는 것 하고 둘이서 죽기 살기로 치고받는 것 하고 다르다는 걸 왜 모르겠어요. 까딱 잘못하다간 목숨이 왔다 갔다 할 판인데 장난이라뇨. 하하하.” 그는 낙천적인 성격답게 주위의 냉소적인 반응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종합격투기 도전을 선언한 개그맨 이승윤이 주먹을 내지르는 포즈를 취했다(위 사진).아래는 그라운드 기술 훈련 모습. 주위의 냉소적인 반응에 기가 꺾일 법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이승윤은 다음 달 23일 데뷔전을 치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종합격투기 도전을 선언한 개그맨 이승윤이 주먹을 내지르는 포즈를 취했다(위 사진).아래는 그라운드 기술 훈련 모습. 주위의 냉소적인 반응에 기가 꺾일 법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이승윤은 다음 달 23일 데뷔전을 치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는 2006년 KBS 공채 21기로 개그맨 데뷔를 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면서 잘나가는 길로 들어서려는 참인 그가 왜 종합격투기라는 낯선 분야에 한눈을 팔게 됐을까. “동료 개그맨들이 다 말렸어요. 방송 잘되고 있는데 왜 딴짓 하냐는 거죠. 신나게 얻어터져 봐야 정신 차릴 거란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부모님은 더 난리죠. 제가 장렬하게 전사라도 할 것처럼 걱정하세요.”

대학 시절 그는 전통무예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했고 무술에도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졸업 후 좀 게으른 생활을 했더니 몸이 계속 불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개그 콘서트에서 헬스보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어느 날 양말을 신는데 배가 눌려서 힘든 거예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는 2007년부터 헬스보이 캐릭터로 12주 만에 근육질 몸매로 변신하는 몸짱 프로젝트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이때 체중을 91kg에서 75kg까지 줄였다. 지금은 70kg.

그는 “몸에 근육이 붙으니까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다 종합격투기 선수 서두원(29)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격투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달 23일에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대회 출전을 덜컥 선언했다. 지난해 네오파이트 웰터급에서 우승한 서두원은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실력 있는 파이터다.

“제가 뭐 화끈하게 이기겠다는 건 아니에요. 제가 생각해도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그의 목표는 일단 판정까지 끌고 가는 것. 이기지는 못해도 한 방에 나가떨어져 체면을 구기기는 싫다는 것이다. 한 방에 뻗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그는 대회 출전 선언 이후 매일 오전, 오후 2시간씩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하고 있다.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주짓수월드체육관에서 기술 훈련을, 저녁에는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웨이트와 체력훈련을 한다. 틈나는 대로 그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서두원에게 이승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열심히는 합니다. 근데 잘한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웃으면서 말했지만 서두원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승윤은 왜 입식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거칠고 체력 부담도 큰 종합격투기를 택했을까. 그가 데뷔전을 치르는 대회는 10월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리는 로드FC. 이 대회는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 UFC처럼 8각의 철창에서 치고받고, 잡아 넘어뜨려 뒹굴기도 하는 험한 경기이다. 그는 오른팔을 쭉 뻗어 보이면서 궁금증을 풀어줬다. “한번 보세요. 이렇게 짧은 팔로 상대 얼굴을 서서 때린다는 건 힘들지 않겠어요? 하하하.” 그의 키는 170cm. 격투기 선수로는 작은 편이다.

로드FC 정문홍 대표(35)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이승윤에게 센 상대를 붙이자니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약한 상대를 붙였다가 이승윤이 덜컥 이겨버리면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단다. 65kg급에 출전하는 이승윤의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종합격투기에 도전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제 본업은 개그맨이잖아요. 너무 정색하지 말고 한 남자의 새로운 도전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요.” 첫 경기를 잘 싸워 실력을 인정받으면 개그맨과 파이터 겸업의 길로 들어설까. “아휴, 뒷일을 묻지 말아 주세요. 데뷔전만 생각해도 머리가 띵해요.”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동영상=격투기 훈련 돌입한 ‘알통 28호’ 이승윤 훈련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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