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오른 ‘축구장 잔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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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구장 패싱 게임 어려움… 볼 컨트롤 힘들어시설관리공단 “한국 기후에 맞는 새 종 찾아야”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치른 뒤 국내 축구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조광래 감독은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패싱 게임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선발 출전했던 이청용(볼턴)도 “패스를 주고받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상대 팀도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잔디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도 있지만 조 감독도 설명했듯 세밀한 패스에 의존하는 팀으로선 그라운드 상태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패싱 경기를 하는 대표적인 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올해 전국적으로 경기장 상태가 엉망이다. 패싱 축구엔 정확하고 빠른 패스가 기본인데 그라운드 상황이 좋지 않아 패스 속도도 불규칙하고 컨트롤도 쉽지 않아 선수들이 애를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올해 잔디 상황이 유난히 나쁜 이유는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 국내 축구장엔 흔히 4계절 잔디로 알려진 켄터키블루그래스가 주로 깔려 있는데 사실 이 종은 섭씨 15∼20도의 서늘한 기온에서 자라는 한대성(寒帶性)이다. 그런데 올해는 8월 말까지 집중호우가 있었고 한 달 가까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돼 최악의 조건이었다.

구장 잔디는 대부분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데 담당자들은 한국 기후에 맞는 잔디를 찾아 파종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 책임자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심성호 대리는 “잉글랜드나 프랑스 등 유럽리그 구장의 잔디 상태가 좋은 것은 잔디가 유럽 기후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7, 8월에 경기도 많고 가장 더운 국내에선 현재의 잔디가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토종 잔디를 쓸 수는 없다. 토종 잔디는 뿌리가 옆으로 자라 축구장 잔디로는 문제가 있다. 심 대리는 “한국 기후에 적응력이 좋은 종을 찾는 한편 리그나 축구협회 차원에서 잔디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여름에 치르는 경기 수를 줄이거나 한 장소에 경기가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장 잔디 개선은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라는 뜻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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