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받고 부패음식 먹인 강남 영어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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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엔 2년지난 식재료… 어린이 수십명 복통
학부모 “6개월전부터 호소… 영어스트레스 오해”

서울 강남지역의 어린이 대상 유명 영어학원에서 유효기간이 최대 2년이 지난 불량 식재료로 점심을 만들어 어린이 수강생들에게 먹여 온 사실이 밝혀졌다. 학부모들은 몇 개월 동안 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해왔다고 주장해 당국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유치부(4∼7세)와 초등생반으로 운영되는 관내 E영어학원 원생 수십 명이 복통을 일으켰다는 신고를 접수해 현장 조사를 벌인 뒤 15일부터 급식시설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16일 밝혔다. 서초구는 현장 확인 결과 냉장고에서 카레와 튀김가루 등 최대 2년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 10여 종을 발견하고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 또 증상을 호소한 원생 33명의 가검물을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구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6개월 전부터 아이들이 학원에만 다녀오면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며 “아직 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는 없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원은 강남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요 도시에도 진출한 체인 형태의 어린이 영어학원으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문제가 된 서초구 관내 학원은 전체 수강생이 200여 명. 오전에 시작해 오후 2시 반에 수업이 끝나는 유치부에 편성된 69명 중 절반가량이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조리실은 강의실을 불법 개조해 사용했고, 별도 식당 없이 조리실에서 만든 음식을 강의실로 가져다가 밥을 먹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학원은 수업 장면을 학부모들이 인터넷을 통해 지켜볼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서초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발견된 데다 50명 이상에게 상시 급식을 제공하려면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긴 점 등을 근거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 규정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100만 원이다. 서초구는 과태료 외에도 역학조사 결과 식중독균이 발견되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학원 측은 조리 시설이 폐쇄되자 도시락을 주문해 어린이들에게 점심으로 제공하며 계속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몇 달째 학원에만 다녀오면 배가 아프다고 해 영어 스트레스 때문인 줄 알고 호통도 쳤는데 불량 식재료 때문이라니 말이 안 나온다”며 “수업료를 비싸게 받으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원의 한 달 치 기본 수강료는 98만 원이고, 교재비 10만여 원은 별도로 내야 한다. 학원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나온 것은 맞지만 식중독 등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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