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위기’ 양승태, 운명의 날 D-2…법원 고심 깊어진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1일 16시 37분


코멘트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구속 심사를 이틀 남겨두고 법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는 23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할 예정이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도 같은 시각에 영장심사를 받는다.

사법부의 최고 자리에 있었던 전직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이 나란히 구속 위기에 몰리면서 이를 최종 결정할 법원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직 대법원장·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심사는 영장전담인 명재권(52·27기)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심사는 허경호(45·27기) 부장판사가 각각 맡게 됐다.

이들은 사법연수원 기수가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기, 박 전 대법관보다 15기가 낮은 후배 판사들이다. 영장 판사들은 각각 200여쪽이 넘는 구속영장 청구서를 사전에 면밀히 살펴본 뒤 심사에서 양측 입장을 듣고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혐의가 방대한 만큼 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도 당일 밤늦게 또는 다음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한번 청구됐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휴식시간을 포함해 각각 4시간50분, 3시간30분 동안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 결과도 자정을 넘겨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범죄 소명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주도·지시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지와 그에 따른 혐의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및 도주 우려 등이 전반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심사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혐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이다.
검찰은 이 같은 일련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반(反) 헌법적 범죄로 보고, 그 중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이를 주도·지시한 최고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도 법정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 그는 실무진이 한 일이라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등 제기된 의혹을 전부 부인하고 있어 심사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주거와 신분 등이 명확해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다수의 증거자료가 수집됐다는 점에서 영장 발부에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 소명과 중대성이 인정된다면 발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지시를 받은 핵심 실무 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미 구속돼 형평성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이 한 달여간의 보강 수사 끝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새로 추가된 혐의를 두고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고교 후배의 재판 진행 상황을 알아봐준 혐의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추가로 포함했다.

법원은 앞서 기각된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비교해 발부를 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는 지 등을 꼼꼼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