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생존수형인 재심서 공소기각 판결… 70년만에 무죄 인정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7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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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

70년 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17일 열린 재심 재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사실상 무죄를 인정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정기성 할아버지(97) 등 4·3수형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군법회의 재심 청구사건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기각의 판결’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경우 등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 형사소송법 제327조) 돼 있다.

재판부는 공소기각 이유로 “과거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번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이는 과거 군법회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재심 청구인들은 제주 4·3 사건이 진행 중이던 1948년 가을부터 이듬해 7월 사이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도내 수용시설에 강제로 구금됐다.

이들은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서 주로 내란죄나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 연락·간첩죄 혐의를 받아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육지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돼 수형인 신분으로 모진 고문을 이겨내며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수형인 명부에는 총 2530명이 기록돼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옥사하거나 총살당하는 등 행방불명됐다. 청구인들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70여 년만인 지난 2017년 4월19일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 결정을 한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은 당시 법원이 발부한 사전 또는 사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돼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의 실태를 기록한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구인들이 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 기간인 40일을 초과해 구금돼 있었던 사실과 폭행 및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던 일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심 재판 모든 과정을 함께한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이제는 죄 없다고 말해야 한다. (제주 4·3 생존수형인들은)애시당초 죄가 없었고 오늘 대한민국 법원이 죄가 없다고 했다”며 감격해했다.

그는 이어 “늦었지만 정말 늦었지만 그래도 정의가 실현된 날이다”면서 “유식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아니다. 늦어도 정의는 정의다”고 재심 재판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 4.3도민연대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수형인 18명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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