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유지보수까지 맡아 ‘구조적 안전부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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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철도청 분리 완료안돼 철도시설공단과 책임다툼 반복
사고때 열차팀장만 안내방송… 다른 승무원들은 할수 없어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잇따른 철도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지만 현재 드러난 구조적 문제점을 고치지 않으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 운행과 유지·보수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안전사고가 났을 경우 열차팀장만 안내방송을 할 수 있고, 승무원들은 마음대로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 코레일 본사 소속인 팀장만 안전요원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부 규정을 고쳐 누구라도 안내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이 끊겼을 경우에 대비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사고 열차에 탔던 승객들 중 ‘ㄱ’자로 꺾인 1, 2량에 탔던 승객들은 사고 이후 “정확한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불안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객차 내 방송 회선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승무원들이 객실을 돌아다니며 대피하라고 안내했지만 일부 승객은 “승무원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4년 추진된 철도청 분리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채 철도 운영사인 코레일이 시설 유지·보수까지 맡고 있어 ‘안전 부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철도 건설과 운영을 도맡고 있던 철도청은 2004년 건설부문(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부문(코레일)으로 분리됐다. 당시 모델로 삼은 프랑스처럼 선로 유지·보수는 코레일로 위탁됐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 때마다 “시공 후 유지·보수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코레일과 “제대로 시공해 넘겨줬다”는 철도시설공단의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팀장은 “프랑스도 안전을 이유로 2015년 유지·보수 분야를 운영기관이 아닌 건설기관으로 완전히 이관했다”고 했다.

한편 사고 당시 엉뚱하게 꽂힌 케이블 때문에 멀쩡한 선로전환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코레일은 수동 전환으로 운행시킬지를 논의하느라 정작 했어야 하는 ‘감속 지시’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헌승 의원실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사고 당시 녹취록을 보면 코레일의 구로 관제센터 직원은 사고 발생 약 20분 전인 오전 7시 7분에 고장 신호를 파악하고도 기기 고장이 아니라고 보고 “806호가 간 다음에 수동 취급하겠다. 강릉에서 많이 늦지 않는다. 전혀 지장이 없다”고 소통한다. 원래 선로전환기 장애 시 열차는 시속 40km 내외로 감속했어야 한다. 철도 전문가들은 만일 당시 열차가 시속 40km로만 달렸어도 바퀴만 몇 개 빠지는 수준의 사고에 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탈선사고 소식을 접한 강릉역 관제원은 “806 열차가 올라가다가 탈선했다고 한다. 기지에서 뭐 진로를 만진 모양”이라며 사고 원인을 헛짚기도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코레일#탈선사고#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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