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용탁]영어 정책, 풍요 속 실력의 빈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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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탁 ETS 한국지사 대표
이용탁 ETS 한국지사 대표
영어 교육 정책은 바람 잘 날이 없는 듯하다. 지난해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그런 입장을 철회했다. 정부 정책이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5년간 정부는 사교육비 지출과 조기 교육의 부담을 줄이려고 선행학습 금지법과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제도 도입, 영어 특기자 전형 축소를 추진해 영어 교육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 오히려 논쟁에 묻힐까 우려된다.

현 영어 교육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인재를 기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학교의 영어 교육과정은 여전히 읽기와 듣기 교육에 편중돼 있으며 사교육 시장은 족집게 강의를 통해 단기간에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는 기술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영어 성적이 높아도 실제로 원어민과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상황이 생긴다.

한국의 영어 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노동 인구의 영어 능력 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EF 영어 능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13위에서 최근 30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전 세계 토플 성적 통계를 분석해 보면 일본과 중국의 평균 점수가 2013년 이후 오르는 반면 한국은 떨어지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진정한 영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선 통합적인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영어 지문 하나로 독해하고 평가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읽기와 말하기, 듣기와 쓰기를 결합해 가르치는 ‘통합적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 영어로 소통할 때 말하기와 읽기, 듣기, 쓰기 등이 모두 필요하듯 통합적인 영어 교육으로 실용적인 영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부는 현재 영어 교육도 말하기와 쓰기, 듣기, 읽기 영역을 통합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각 영역을 분리해 평가하는 현 평가 방식은 통합적인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는 부족하다. 일관성 있는 교육 및 평가 제도를 도입해 통합 영어 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어를 무조건 암기해서 받아 적거나 빈칸을 채워 넣는 시험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통합적인 영어 평가 방법과 관련해서는 민간 및 교육단체와의 협력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은 국가와 미래 세대의 발전을 위해 인재 개발에 힘써야 한다. 앞으로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창한 영어 실력은 젊은이들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사실을 가슴속 깊이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용탁 ETS 한국지사 대표
#영어 교육 정책#교육부#인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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