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뜻 몰라 대피못해… 우즈베크 남매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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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원룸 화재 8명 중경상, ‘코리안 드림’ 고려인 3세 자녀 희생

경남 김해의 5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린이 2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이 우즈베키스탄 어린이다. 20일 오후 7시 40분경 경남 김해시 서상동 4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났다. 불은 원룸 15가구 가운데 2가구와 차량 7대, 오토바이 1대를 태워 1억8000만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피해를 내고 3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는 비교적 빨리 진압됐지만 2층에 살던 A 군(4)은 병원 이송 중에 목숨을 잃었고, A 군의 누나(14)는 병원 치료 도중 숨졌다. A 군의 형(12)과 이종사촌(12)은 중화상을 입었다. 다른 부상자 6명은 원룸에 거주하는 한국인, 필리핀인 주민들로 경상을 입었다.

A 군의 부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3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7월 취업방문비자로 입국한 부부는 김해시의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방 2개짜리 원룸에서 부부와 세 자녀. A 군의 이모, 이종사촌까지 7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화재 당시에 어른 3명은 집을 비운 상태였다.

빌라 주차장 관리인(60)은 “1층 주차장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주민들이 대부분 대피한 점 등에 미뤄보면 우즈베키스탄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있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나 ‘불이야’라는 한국말 고함을 못 알아들었을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필로티 구조의 1층 주차장에 있던 1t 화물차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우즈베크 남매 참변#김해 원룸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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