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수정 교수 “경찰이 피의자 감정 이완을 기다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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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9일 1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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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교수. 사진=동아일보 DB
이수정 경기대 교수. 사진=동아일보 DB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당시 처음 출동했던 경찰이 피의자의 격앙된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면 폭력 사태가 진행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 교수는 18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피해자가 키도 더 크다고 그러던데 그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할 정도면 상황이 꽤 심각했다고 판단을 했으니까 경찰에 요청을 한 거 아니겠냐"라며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위협감을 느꼈다면 그런 부분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좀 시간을 끌면서 감정이 이완될 때까지 기다렸다면 이렇게까지 격앙된 상태에서 폭력 사태가 계속 진행이 안 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는 피의자가 심신미약으로 감형될 가능성에 대해선 "쉽게 감형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그 폭력의 내용을 보면 일반적인 우발적 폭행하고는 좀 거리가 멀다. 수십 번을 특정한 부위를 주변에서 뜯어말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피해자를 상해를 입히는 과정이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우발적으로 그냥 흉기 난동 정도로 끝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경찰에 가서 본인이 정신과 병력이 있다고 얘기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자신의 끔찍한 범행에 대한 책임 부분을 줄이기 위해서 지금 병력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 이런 종류의 의심까지가 들 정도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건 틀림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은 좀 더 심층적인 정신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추가적으로 하면서 따져 물어야 될 상황이다"라며 "일단 청원이 굉장히 많이 지금 올라가고 있는데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이 있다고 자동적으로 심신미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예컨대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하고 재판 과정 중에 형사 책임을 면해 줄 정도냐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염려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걱정스러운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현재 심신미약 감형, 주취 감형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취 감형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외국에 비하면 관대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주운전이나 이런 데서 사실은 오히려 재범전력. 전력이 있을 경우에는 외국의 경우에는 감경하기보다는 가중을 시킨다. 이제 좀 더 상세한 기준, 양형 기준을 포함해서 그런 기준들이 포함되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편 1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8시 10분께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손님으로 PC방을 찾은 A 씨는 자리를 치워달라고 요청을 하다 B 씨와 말다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는 동생 C 씨도 함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상황을 중재한 뒤 돌아갔다. 이후 A 씨는 PC방을 나가 흉기를 갖고 돌아와 PC방 입구에서 B 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A 씨를 체포한 뒤 살인 혐의로 구속했고 C 씨는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풀어줬다.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경찰 측은 “현장 출동한 경찰관들은 처음에 요금 시비로 출동을 한 것이다. 그런 사람을 임의동행하고 체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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