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영화 주인공 캐스팅 소식에… 性대결 전쟁터 된 정유미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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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옹호 댓글 하루새 3000개

배우 정유미 씨(35·사진)가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정 씨가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판 주인공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성(性)대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평가 속에 9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신이상 증세를 겪는 3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12일 정 씨의 영화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정 씨의 SNS 최신 게시물에 즉각 비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하루 만에 댓글 3000여 개가 달렸다.

일부 남성들은 정 씨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비판하며 “정유미가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보이콧하겠다” “믿고 보는 배우에서 믿고 거르는 배우가 됐다” “커리어에 확실한 오점을 찍었다” 등 실망감을 표출했다. “(팬들이 사라질 테니) 이제 스폰서나 구해라” 등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까지 등장했다.

반면 일부 여성들은 “돈도 없는 사람들이 보이콧해 주니 고맙다” “악플러들 고소를 돕겠다” 등 정 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영화는 제작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수난을 겪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네이버 개봉 전 예상 평점은 13일 오후 8시 기준 10점 만점에 4.93점이다. 예고편도 나오지 않은 영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낮은 점수다. 영화 제작을 반대하는 이들이 몰려들어 최하점인 1점 세례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작에 찬성하는 이들은 평점 10점을 주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소설을 영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특정한 성별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이 영화화돼서는 안 된다’며 영화 제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예인들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은 3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5월에는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이 SNS를 ‘언팔(친구 끊기)’한 사람 가운데 여성 혐오 논란이 있던 연예인이 여러 명 포함돼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배우 겸 가수 수지는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유튜버 양예원 씨를 옹호했다가 ‘너도 페미니스트냐’는 공격을 받았다.

거세지는 논란 속에 정 씨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숲 관계자는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정 씨도 아무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작품에 출연했다고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대중의 관심에 생업이 좌우되는 연예인들의 직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라며 “연예인의 이런 약점을 악용해 폭력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82년생 김지영#영화 주인공 캐스팅 소식#정유미 sns#비난 옹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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