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선활동 백서에 “2017년 5월 10일까지 2만1077건 뉴스기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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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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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드루킹 대선개입 의혹 문건 입수

‘드루킹’ 김동원
‘드루킹’ 김동원
동아일보가 입수한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의 228쪽 분량 ‘2017년 대선 경인선 활동백서’엔 “2016년 9월부터 2017년 5월 10일까지 모두 2만1077건의 뉴스 기사를 관리하였고, 하루 평균 83건, 많으면 500건에 가까운 기사에 대응하였음”이라고 돼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 백서에 기록된 ‘대응’이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통한 댓글 작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에 포함된 대통령 선거 기간 댓글 조작 공모 내용도 백서에 기록된 댓글 작업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8장 분량의 김 지사 구속영장에서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와 함께 사안의 중대성도 포함시켰다.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다고 혐의를 계속 부인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고 봤을 뿐만 아니라, 댓글 여론 조작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은 중대한 범죄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2016년 12월 킹크랩 완성도 98%”

백서의 첫 페이지에는 2016년 9월 12일부터 2017년 5월 26일까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의 대선 기간 댓글 작업이 일지 형식으로 요약되어 있다. 일지 기록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더라도 서술한 이슈로 게재된 기사에 모두 대응”이라고 적혀 있다. 김 씨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개혁 등 주요 정책 발표 등 그날 있었던 주요 현안을 다루는 기사에 댓글 작업을 한 정황이 있다.

예를 들어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4월 27일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을 띄우는 기류가 온라인을 통해 형성되자 김 씨 등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표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심 의원의 대선공약 이행 예산 550조 원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김 씨 등이 대선 기간 동원한 킹크랩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델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킹크랩 모델은 가입자 식별 정보를 담은 유심칩(SIM카드)이 장착된 휴대전화 1대 등 총 5대의 휴대전화가 한 묶음으로, 총 여섯 묶음인 30대가 한 세트(킹크랩 1대)다.

특검팀은 김 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보여줬다고 주장하는 2016년 11월 9일 당시 킹크랩 완성도는 상당히 진전됐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씨가 2016년 12월 28일 ‘경제적 공진화 모임’ 핵심 측근들과 얘기를 나눈 보안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엔 “킹크랩 완성도는 98%”라고 돼 있다.

킹크랩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댓글 작업의 양도 늘어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2017년 경인선 대선 활동백서’ 총 228쪽 분량 중 2016년 12월 한 달 기록은 21쪽이지만 2017년 4월엔 50쪽으로 댓글 작업을 기술한 부분이 2배 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 네이버 기사 업데이트 시간도 치밀히 계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이 온라인 댓글 여론 조작 작업 내용을 매일 기록한 ‘2017년 대선 경인선 활동백서’. A4용지 총 228쪽 분량의 이 백서에는 댓글 조직의 구조,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이 온라인 댓글 여론 조작 작업 내용을 매일 기록한 ‘2017년 대선 경인선 활동백서’. A4용지 총 228쪽 분량의 이 백서에는 댓글 조직의 구조,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지난해 대선을 한 달여 앞둔 4월 5일 ‘경공모’ 내부지침인 ‘대선기간 킹크랩 운영안내.pptx’ 파일은 킹크랩 핵심 실무자 ‘초뽀’ 김모 씨(35·수감 중)의 USB메모리에 담겨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댓글 작업을 수시로 할 수 있도록 상시 모니터링 요원을 8명으로 맞추고 이들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짠 뒤 배치했다.

이 운영지침은 또 각 포털의 메인 뉴스 기사(많이 본 뉴스) 집계 방식과 업데이트 주기를 고려했다. 특히 네이버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많이 본 뉴스가 오전 7시에 게재된다는 사실을 노렸다. 활동 시간은 오전 2시까지로 한정했다. ‘둘리’ 우모 씨(32)와 ‘서유기’ 박모 씨(30) 등 8명이 수시로 메인뉴스 기사의 변동이나 자신들이 작업한 댓글의 순위 변동을 살피고 이 사실을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공유하면 모니터링 요원이 아닌 회원들까지 킹크랩을 통해 작업을 하는 식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정성택 neone@donga.com
#대선활동 백서#드루킹 대선개입 의혹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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