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버지가 딸 면접… 신뢰가 생명인 은행의 기막힌 채용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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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어제 국민 하나 우리 부산 대구 광주은행 등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8개월간의 수사 끝에 12명을 구속하는 등 3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은행들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자격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점수 조작을 일삼았다. ‘청탁 대상자 명부’를 만들어 특정 지원자를 관리한 은행도 많았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혜 채용의 대부분은 ‘힘 있는 사람’에 대한 눈치 보기 또는 추천 때문이었다. 하나은행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공고 당시 없었던 ‘해외 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했다. 국민은행에서는 부행장의 자녀와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응시자를 위해 논술점수를 조작해 필기전형에서 합격시켰다가 면접과정에서 부행장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탈락시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광주은행에선 임원이었던 아버지가 딸을 면접한 뒤 최고점수를 주고 합격시키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있었다. 민간 기업인 은행이 이 정도라면 권력의 입김에 더 민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의 채용은 어떨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종인 은행권에서 이 같은 특혜 채용이 수년 동안 이어져왔다는 사실은 취업준비생은 물론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한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 치우는 가운데 수많은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불안 속에 구직시장에서 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횡행하는 채용비리는 취업준비생은 물론 그 가족까지 좌절하게 만드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힘 있는 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기회의 평등을 허물어뜨리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시중은행 채용비리#청탁#청년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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