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산율 1.0명도 위태롭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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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많은 편인 1분기 합계출산율, 1.07명으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
하반기 저조땐 OECD 첫 0명대 진입


“지난해가 바닥일 줄 알았는데 또다시 바닥이네요.”(통계청 인구통계 담당자)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내는데도 저출산 쇼크가 이어지면서 당국자조차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의 정책 기조로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3월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는 3만 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3200명(9.6%)이나 줄었다. 국내 출생아 수는 2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그나마 작년에는 출생아 수가 매달 10% 넘게 줄었는데 올해는 감소율이 한 자릿수여서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최악의 출산 감소국’이라는 오명을 쓸 지경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한국의 경우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1.07명이다. 지난해(1.05명)보다 높지만 매년 출산이 상반기에 많고 하반기에 적은 점을 감안하면 연간 기준 합계출산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5년 기준 1.68명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인구학자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과 국가의 지원 등을 이유로 ‘합계출산율 1명’을 절대 깨지지 않을 수치로 봤다”며 “지금 추세로 간다면 올해 한국은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0.9명대로 떨어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를 연 단위로 비교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3년 전인 2015년 3월에 태어난 아기는 4만329명이지만 올해는 3만 명에 그쳤다. 전쟁이나 기아를 겪은 것도 아닌데 3년 만에 출생아 4명 중 1명이 사라진 셈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매달 인구 통계를 발표하면서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숫자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출생아 수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인구 전문가들은 올해 출생아 수가 33만 명대에 그치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 가능성이 높은 국내 30∼34세 여성 인구는 1년 만에 5.6% 줄었다. 조 교수는 “30대 여성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전체 출생아 수는 2020년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출산율#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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