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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부르지 못할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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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부르지 못할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김순덕 논설주간 입력 2018-05-07 03:00수정 2018-05-0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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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비핵화 조건은 체제안전 보장
남북통일 포기하는 대신 1국가 2체제 또는 2국가로
‘통일대박’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인권유린 정권 지원은 옳은가
김순덕 논설주간
네이버 검색창에서 ‘분단극’까지만 쳐도 ‘분단극복’이 자동 완성된다. 그러곤 관련도 순으로 뜨는 것이 주로 통일에 대해서다. 절망을 극복하면 희망이 되듯, 분단극복도 당연히 통일을 뜻하는 줄 알았다. 친북인사들도 통일을 원할 것으로 여긴 건 물론이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 남북 정상회담 발표문을 보고 깨달았다. 통일은 독일처럼 분단됐던 나라가 하나 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국가연합’이라는 1국가 2체제, 아니면 두 개의 국가로 좋게 말하면 ‘사실상의 통일’ 또는 분단의 영구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라고 한 것도 의미심장해졌다.

물론 발표문 제목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었다. 하지만 정작 통일에 대해선 “남과 북은…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달랑 한 줄이다. 어떻게 앞당길지도 1-①에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정도다. 2000년 6·15선언에 나온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을 의미할 터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두 개의 국가 인정도 시사했다.

쉽게 말해 3월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에 밝혔듯이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그달 21일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굳이 ‘따로 살든’이라는 말로 통일 포기를 암시한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위해 올해 6·25 종전(終戰) 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으로 가는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과 북-미 수교까지 한국이 ‘운전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로 유엔이 승인했던 대한민국이, 6·25 불법남침으로 침략자로 낙인찍혀 정상적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북한을 위해서 무슨 죄를 지었다고 ‘우리의 소원은 평화’라며 뛰어야 하는지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특히 한미동맹은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한 동맹이어서 두 정상국가의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무의미한 조약이 될 수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005년 국회의원 시절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미군은 역할을 변경해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2+2평화협정의 실천적 논의를 위하여’ 보고서를 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가 “북핵 사태 해결 이후 북-미 관계 개선을 전망해 볼 때 평화협정은 우리의 시대정신”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은 선견지명으로 전율이 일 정도다.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와 함께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에서도 공평하게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인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 완수’ 대목의 개정을 지적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였지 통일은 아니다. 오히려 통일이 될까 봐 겁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2월 여론조사에서도 20대는 북한의 독재체제를 혐오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일 발표한 새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최종안에서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바뀐 것도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논쟁을 떠나 모두 헌법에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헌법 3조와 4조, 영토와 통일에 관한 조항이어서 거대한 플랜이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의심이 드는 것이다.

핵 포기를 대가로 김정은 체제를 보장해 준다는 데 대해 조선노동당 국제담당비서였던 황장엽 선생은 살아생전 “그것이 무슨 민주주의적인 태도냐”고 비난한 바 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면 통일은 저절로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내 친북반미 좌익정권을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라던 핵무기다. 과연 김정은이 포기하고 개혁개방할 것인가.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통일#남북 정상회담#국가연합#김정은#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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