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예보, 3명이 토의해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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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예보팀’ 가보니




18일 인천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상황실에서 본보 기자(오른쪽)가 연구관에게 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돌려 나온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8일 인천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상황실에서 본보 기자(오른쪽)가 연구관에게 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돌려 나온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충청도도 ‘나쁨’이라고 할까요?”

16일 오후 4시 반 서울 동작구 기상청. 미세먼지예보팀은 오후 5시 최종 예보를 앞두고 막바지 토의에 들어갔다. 사무실에 있는 9개 모니터에는 한국과 중국의 관측값과 풍향, 기온, 모델링 분석 결과 등이 띄워져 있었다. “충청지역은 하루 더 나쁨일 것 같은데….” 예보관들은 고민 끝에 18일까지 충청권 전역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보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다음 날 ‘매우 나쁨’이 예보되면 학교나 보육기관은 야외활동을 취소한다.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도 연기된다. 미세먼지 예보가 모든 시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지켜본 예보 과정은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이었다. 인적·기술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18일 방문한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예보 산출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임석 예보센터장은 “일반 기상을 예측하는 슈퍼컴퓨터는 전 세계 기상 슈퍼컴 중 6위 안에 들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지만 미세먼지 예보센터가 보유한 컴퓨터 성능은 기상청 슈퍼컴 성능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예보 처리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 산출은 하루 4번 이뤄진다. 하지만 관측값은 컴퓨터 모델링 작업 시 처음에 한 번만 입력할 수 있다. 한 번 시스템이 작동하면 3시간 동안 추가로 업데이트된 관측값을 넣는 게 불가능하다. 오후 5시에 예보되는 다음 날 미세먼지 농도가 오후 2시 이전 관측값에 기반해 산출되는 셈이다.

더욱이 현 예보 시스템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국내 600여 개 사업장의 실시간 배출량을 반영하지 않는다. 전국 사업장 배출량을 집계하는 한국환경공단 한정대 대기측정망팀장은 “배출량 자료가 예보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예보 결과가 나오면 예보관들은 새로 나온 관측값을 보면서 보정작업을 해야 한다. 사실상 예보관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셈이다. 날씨 예보 정확도가 90%에 이르는 데 반해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70∼80%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예보의 중요성에 비해 예보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관은 모두 9명이다. 이들은 4교대로 근무한다. 통상 3명 정도가 예보를 맡는 셈이다. 이 중 한 명은 민원전화 응대와 같은 행정적 일을 도맡아 실제 예보 작업은 2명이 하고 있다.

이들은 베테랑 예보관들이지만 2명이 미세먼지 분석과 예보 통보문 작성, 유관기관 통보 등을 모두 하다 보니 실수가 생긴다. 16일 예보 통보문 작성을 마친 박정후 예보관은 “아, 오전 오후 예보를 따로 쓰는 걸 잊었다”며 부랴부랴 통보문을 다시 썼다. 신범철 예보관은 “나쁨을 보통으로 입력했다가 고친 적도 있다”고 했다. 예보 통보문 작성과 미세먼지 예보 사이트인 에어코리아에 예보 결과 입력은 예보관 2명이 모두 수작업으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환경위성을 쏘아 올리면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미세먼지#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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