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피해 주장 女 “김학의, 서울 오피스텔 ‘놀이방’ 거의 매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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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20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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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PD 수첩’ 캡처
사진=MBC ‘PD 수첩’ 캡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검토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 A 씨는 20일 별장 파티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확실하다며 “서울 오피스텔에 ‘그들의 놀이방’을 해 놨다. 김학의는 거기에서 완전 살다시피 했다. 거의 매일”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머리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생생하게 계속 남아 있는 상태라 말을 하면서도 계속 트라우마로 힘든 상태”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공개됐다. 약 1분 40초 분량의 동영상이 찍힌 곳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 소유로 된 강원도의 한 별장이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이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 전 차관이며, 윤 씨가 자신의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들에게 성접대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고 성접대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판단했다.

이에 A 씨는 2014년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김 전 차관과 윤 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소환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여전히 영상 속 두 남녀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윤 씨의 별장에 가게 된 계기에 대해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제가 차를 빌렸었는데 그 차를 갖다 주러 간 날부터 상황이 벌어졌다. 별장이 있는데 음식을 맛있게 하는 아줌마가 있는데 밥이라도 먹고 오자 해서 갔는데 빨리 어두워졌다. 운전이 서툴다면서 비가 오면 쉬라고 하더라”며 “중간에 알게 해 준 사람이 있어서 전화를 했다. 여기 차도 없고 거기가 굉장히 외졌다. 깜깜하고 초행길이고 상황이 이렇게 돼서 내일 일찍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씻고 나왔는데 윤 씨가 들어와 있었다. 제가 놀라서 뭐라고 했더니 안마를 받게 해 준다며 누구를 불러와가지고 저를 합동으로 강간했다. 폭행을 하고. 그게 시초가 됐다”며 윤 씨와 함께 자신을 성폭행 한 인물은 별장에서 일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포에 질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밤을 샌 A 씨에게 윤 씨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A 씨는 “(윤 씨가)‘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김학의 차관을 봤다. 누가 올 거니까 잘 모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윤 씨와 김 전 차관은 술자리를 만들어 놓고 A 씨를 불러 성폭행하려고 했다. 그는 “저를 합동으로 강간하려고 했는데 제가 거부를 했는데 엄청난 폭언과 힘든 시간이 있었다. 아침에 우여곡절 끝에 집에 오게 됐는데 일주일 정도 밖에도 못 나갔다”고 떠올렸다.

일주일 뒤 윤 씨는 다시 A 씨를 불렀다. A 씨는 “(윤 씨가) ‘나 말고도 너랑 같이 회의할 사람들이 몇 명 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올라갈 때 차를 준비해 놨다’고 해서 내려가게 됐다. 그런 일을 또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흉악범이나 이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까지가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다시 찾은 별장에는 윤 씨와 김 전 차관, 그리고 또 다른 사람 2명이 더 있었다. A 씨는 “술을 입에만 살짝살짝 댔는데 필름같이 영상이 뚝뚝 끊겼다”면서 “약을 탄 것 같았다. 저는 약을 먹어본 적도 없고 뭘 의심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되게 기분이 안 좋고 내가 뭔가 당했다는 생각은 했다. 중간 중간에만 기억이 난다, 그날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은 분명히 기억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그 사람이 맞다. 당시에 같이 있었던 두 사람이 뭐 했는지 중간 중간 다 기억이 나고 그 사람들이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난다. (김 전 차관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씨는 다음날 A 씨에게 ‘네가 어제 모셨던 분이 누구인지 아냐’면서 김 전 차관이 검사라고 알려줬다고 했다.

A 씨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윤 씨는 서울에 오피스텔을 얻어 A 씨가 살도록 한 뒤 ‘그들의 놀이방’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오피스텔을 거의 매일 찾았다고. A 씨는 “김학의는 거기에서 완전 살다시피 했다”며 “저한테 윤중천 사건을 해결해 주는 뉘앙스들을 많이 풍겼다”고 말했다.

A 씨는 윤 씨에게 처음 성폭행을 당한 이후부터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매일 감시당하고, 흉기, 사진, 동영상으로 협박당하고 자기 말 안 들으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퍼뜨려버리고 묻어버리고 가족들까지 다 해칠 것처럼 얘기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17일 오후 방송한 MBC ‘PD 수첩’에서도 성폭행을 당할 때 윤 씨에게 사진과 영상을 찍혔다고 털어놨다. 윤 씨는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며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으며, 실제로 윤 씨는 이후 A 씨 가족에게 관련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수사할 당시 접대에 동원된 여성 30명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A 씨를 포함한 3명 외에는 진술을 거부하거나 자발적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그 이유에 대해 “그렇게 진술을 안 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저도 검찰 조사 받고 나서 제가 진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진술했다고 나왔다”며 “동영상 속 여성이 저라고 얘기했던 이유도 그래서 하게 된 것”이라면서 검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처음엔 동영상 속 여성이 저라고 안 했다. 다른 여성이 피해 입은 게 저랑 똑같기 때문에 제가 겪었던 거 그대로만 얘기해 주면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을 했다”며 자신의 고소로 재조사가 이뤄질 당시에도 “수사는 거의 없었다. 저한테 ‘조사할 내용이 없다, 조사가 필요하지 않고 낼 자료 있으면 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A 씨는 김 전 차관이 2014년 12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을 당시에 대해 “청와대 얘기도 많이 듣고 이래서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정신과 약 먹고 버텼다. 밖에 못 나갔다. 사람들이 무섭고 앞이 안 보였다.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가끔씩 앞이 안 보였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몇 년 만에 다시 용기를 낸 이유에 대해 “피해 여성들의 정신적 피해는 너무너무 크다. 제가 용기를 낸 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시작을 한 건데 이번에 잘 조사가 돼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지금도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만약 또 사건이 덮이면 그 사람들은 ‘그렇지, 내가 누군데’라며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올 거다. 분명히”라고 힘 줘 말했다.

그러면서 “꼭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세대들도 뭔가 믿고 살지 않을까. 너무 숨이 막힌다, 세상을 보면”이라고 호소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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