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재학생 “대학서 수년간 성폭력 은폐 회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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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년 전 피해당한 학생 면담때 학교 고위관계자가 오히려 겁줘”
최근엔 학생들 기자접촉 금지령… 학교측 “조심하라는 취지였을뿐”

서울예술대(서울예대) 측이 성폭력을 당한 졸업생과 재학생을 압박해 피해 폭로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예대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한다)’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드러난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8), 연극배우 한명구 씨(58), 사진작가 배병우 씨(68)가 강단에 섰던 학교다.

서울예대 복수의 졸업생과 재학생에 따르면 서울예대 측은 수년간 교수들의 재학생 성추행 의혹을 방관하거나 무마하려 했다.

서울예대 재학생 A 씨는 23일 동아일보에 “그동안 성폭력 문제가 터졌을 때 학교에서 쉬쉬하고 적극적으로 덮으려 했다. 문제를 키우기만 했을 뿐 전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학교 본부는 막강했고 교수 권력에 힘을 실어줬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5, 6년 전 당시 교수이던 시인 B 씨(48)는 여학생들에게 “나랑 사귀자”며 치근덕댔다.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가 하면 성관계를 요구당한 여학생도 있었다. 이후 피해 여학생들은 B 씨를 피해 다녔다. B 씨로부터 “너희 그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없다”는 얘기를 듣고 휴학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들은 당시 학교 측에 이러한 상황을 알려 어렵게 학교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움이 전혀 안 됐다고 한다. A 씨는 “학교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겁을 줬고 성폭력 가해자 선처를 바라는 호소문을 작성하는 교수도 있었다. 그때라도 제대로 막았더라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 씨는 학교 측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A 씨는 “학교 측의 회유와 협박 정황이 담긴 다수의 녹취록을 나와 몇몇 학생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예대 측 관계자는 “당시 피해 학생이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아 사건 진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예대 측은 이날 재학생들에게 ‘기자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 교내 동아리연합회를 통해 ‘학교에서 내려온 긴급 공지 전달합니다. 현재 학교 내에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기자들과의 접촉에 주의하고 관등성명도 답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공지를 전달했다. 이 공지를 다른 학생들에게 전파한 재학생은 “학교 교무처와 상의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날 서울예대 교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재학생 20여 명은 대부분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 접촉 금지령’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조심하라는 의도였을 뿐 학생이 취지와 다르게 전달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배준우 jjoonn@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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