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판사’ 천종호, 소년법정 떠난다…“희망과 달리 부산지법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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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2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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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종호 판사 페이스북
사진=천종호 판사 페이스북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6기)가 8년 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고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천 판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월 13일 화요일 법원 정기 인사가 발표되었다”며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천 판사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소년보호재판을 맡게 되어 8년 간 오로지 이른바 ‘비행 청소년들’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소년재판을 계속하려고 부산가정법원에 잔류하거나 울산가정법원 등 소년보호재판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신청하였으나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신청하지도 않았고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발령을 접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빠지면서 가슴은 아파오고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며 “8년 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아이들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삶의 기쁨이 한순간에 통째로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행소년들은 범죄자일 뿐이라는 혐오감 어린 시선이 일반적인데다 그들에게는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누구도 그들을 대변해주지 않고 있었다”며 “저라도 아이들의 대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저는 법관 퇴직 시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공적으로 약속을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러한 약속을 이제 지킬 수가 없게 되어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부디 제가 의도적으로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점만 알아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천 판사는 지난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았고, 2013년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그는 재판 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나 교사 등에게 쓴소리를 해 ‘호통판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또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등의 책을 펴내면서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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