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영업 시즌 다가오자… 긴장하는 중부해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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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수기 끝내고 3월 영업 재개… 10t 미만 낚싯배 전국의 28% 차지
위치 파악 안돼 경비력 낭비 심각… 조업구역 이탈 등 불법행위 집중단속

21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 정박한 낚싯배들. 성수기 진두항에서는 하루 평균 낚싯배 50척이 승객을 태우고 바다를 오간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1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 정박한 낚싯배들. 성수기 진두항에서는 하루 평균 낚싯배 50척이 승객을 태우고 바다를 오간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1일 오전 6시 51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오전 5시 3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승객 20명을 태우고 출항한 9.7t급 낚싯배가 해경의 관제 시스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배에는 선박위치식별장치(AIS)가 있지만 울도 남서쪽 5.5km 해상에서 위치가 파악된 게 마지막이었다. 선장(66)의 휴대전화로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상황실은 극도로 긴장했다. 지난해 12월 진두항에서 승객 20명을 태우고 출항한 낚싯배가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에 추돌당해 15명이 숨진 사고가 떠올랐다.

모든 신호가 사라진 지 30분이 지난 오전 7시 21분 선장과 휴대전화 통화가 됐다. 선장은 “목덕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고 있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IS 신호는 계속 잡히지 않았다. 선장도 이후 2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중부해경청은 인천과 평택, 태안해경서에 비상을 걸어 경비함 14척과 헬기 3대로 수색에 나섰다. 해군도 함정 9척과 헬기 1대를 지원했다. 결국 낮 12시 반, 다시 선장과 통화가 됐다. 1시간 뒤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인근에서 낚싯배를 찾았다.

박상춘 중부해경청 구조안전과장(50·총경)은 “조업허가 구역을 벗어나 낚시하려고 AIS를 고의로 끈 것으로 조사됐다. 수색에 동원한 헬기와 경비함의 기름값만 2000만 원이 넘게 들었다”고 말했다.

낚싯배들이 겨울 비수기를 끝내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중부해경청은 만반의 태세를 갖추며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중부해경청 담당 항구에서 출항하는 10t 미만 낚싯배는 모두 1214척. 전국 낚싯배 4381척의 28%나 된다. 최근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의 높은 시청률이 입증하듯 바다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낚싯배 불법 행위도 늘고 있다.

중부해경청은 AIS를 일부러 끄고 허가구역을 벗어나 고기가 많이 잡히는 해역에서 조업하는 낚싯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수기인 3∼11월 인천해경 관할 해역에서만 지난해 한 달 평균 낚싯배 약 20척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거나 연락이 끊겨 경비력을 낭비했다.

현행 어선법에 따르면 승객을 태운 선박은 AIS나 위치발신장치(V-Pass), 초단파대무선전화(VHF-DSC) 같은 위치확인장치 가운데 1개 이상을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낚싯배 가운데는 출항할 때만 이들 장치를 작동한 뒤 조업구역을 이탈하면서 끄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이른바 ‘포인트’가 다른 낚싯배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꺼놓고 조업한다.

중부해경청은 다음 달부터 낚싯배 불법행위 특별 단속을 한다.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과 함께 대규모 합동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동안 위치확인장치를 끄고 조업구역을 벗어나는 낚싯배에는 대부분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제 처벌이 센 형사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상춘 과장은 “낚싯배가 위치확인장치를 상습적으로 끄는 것은 해경의 정당한 어선 안전 관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다. 해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가 늦어지는 원인이므로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중부지방해양경찰청#낚싯배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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