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영양제 ‘스모프리피드’ 위험하다는데…계속 사용 괜찮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1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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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생아 영양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가 위험하다는데 병원에서 우리 아기에게 계속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A.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고 원인이 세균에 오염된 지질주사 영양제(지방유제)인 스모프리피드(SMOFlipid)로 밝혀졌습니다. 지방유제는 정맥영양 성분의 하나로 모유나 분유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작은 미숙아나 장 수술로 금식이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에게 꼭 필요합니다. 또 작은 용량으로 많은 열량을 줄 수 있어 신생아 성장에 효율적인 영양 성분이며 뇌 세포 성분을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사실 스모프리피드는 지방유제의 일반적 명칭이 아니라 독일 특정 회사의 제품명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대두유(콩기름)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종류의 지방이 혼합돼 있습니다. SMOF는 Soybean(콩), MCT(중간사슬중성지방), Olive(올리브), Fish oil(생선기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스모프리피드엔 염증억제나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3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지만 소아나 미숙아에게 어떤 종류의 지방유제가 더 좋은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돼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스모프리피드를 성인과 달리 소아를 대상으로 아직 승인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숙아 및 환아에게 2000년대 이후 스모프리피드를 널리 사용해 임상 자료가 축적돼 있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수년 전부터 대두유 기반 단독 제형의 지방유제 공급이 중단돼 국내 대부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즙정체성 간질환인 소아에게 어떤 제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스모프리피드에 미숙아 사망 경고문이 붙어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스모프리피드뿐 아니라 모든 지방유제 설명문에 공통적으로 기술된 내용입니다. 작은 미숙아는 지질 대사 능력이 떨어져 일부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지방 농도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숙아를 포함한 소아는 일일 투약 용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또 반드시 24시간에 걸쳐 천천히 투여하고 수시로 혈액을 검사해 지방 농도를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고사항을 충실히 지키는 한 스모프리피드는 안전하다고 판단돼 이의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신생아학회의 입장입니다.

또 지방유제는 다른 정맥영양 성분에 비해 감염위험이 높아 환자 한 명당 제품 한 병을 개봉 즉시 수액 라인에 연결해 투여할 것을 권장합니다. 문제는 이런 권장사항대로 시행할 경우 주사 펌프 조작 오류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이 투여돼 신생아가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모프리피드는 가장 작은 제품 병이 100mL 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인 미숙아는 최대 하루 15mL만 필요하고 나머지 85mL는 버리게 됩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방유제를 작은 주사기에 옮겨 정밀펌프를 이용해 투여합니다. 체중 1kg 미숙아의 경우 시간당 투여량은 0.63mL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 신생아 중환자실은 인력이나 시설이 열악합니다. 특히 약제 조제 및 투약을 전적으로 간호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의 안전이 좌우됩니다.

이상적인 신생아 치료 환경은 작은 아기들에 맞춰 다양한 소용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선책으로 원내 약국에서 무균 조작을 통해 정밀한 용량을 주사기에 나눠 각 신생아에게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조제 과정은 보험 수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작은 아기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성인 중심으로 생산하는 의료기구나 약물 공급 시스템을 소아 맞춤형으로 바꾸는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

이병섭 대한신생아학회 총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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