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지막 세자빈’ 줄리아 리, 타계…‘마지막 황세손’ 이구와 극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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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6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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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친왕 부부와 이구(좌), 이구와 줄리아 리(우)
사진=영친왕 부부와 이구(좌), 이구와 줄리아 리(우)
영친왕(英親王·이은·李垠)의 아들로 지난 2005년 일본에서 타계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李玖·1931∼2005)의 부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중앙일보는 6일자 보도에서 “대한제국 최후의 황태자 이은의 외아들인 고(故) 이구(李玖)의 부인 줄리아 리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4세”라고 보도했다.


고종의 손자이자 영친왕과 이방자(李方子) 여사의 둘째 아들인 이구는 멸망한 황실의 후손으로 극적인 삶을 살았다. 1950년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뉴욕에서 건축가로 활동한 이구는 미국 여성 줄리아 리와 사랑에 빠져 1958년 결혼했다. 이구는 미국 생활을 접고 1963년 줄리와 리와 함께 귀국했다.

이구의 귀국은 시련의 시작이었다. 이구 부부는 창덕궁 낙선재에 기거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 사이 줄리아 리는 장애 어린이들을 돌보며 수공예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다. 줄리아 여사가 후사를 잇지 못했다는 이유로 종친들이 끊임없이 이혼을 종용하면서 이들 부부의 시련은 더욱 커졌다. 결국 두 사람은 1977년 별거에 들어갔고 결혼 생활 24년 만인 1982년 파경을 맞았다. 이후 이구는 일본으로 떠났다.

줄리아 리는 이구의 도일(渡日) 이후에도 혼자 한국에 머물며 장애인 복지사업을 벌이고 의상실을 운영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1995년 미국 하와이의 가족에게로 돌아갔다. 이후 이구는 지난 2005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타계했다. 이로써 대한제국의 적통(嫡統)은 끊겼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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