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수혈로 코스닥 활성화” vs “기초체력 없으면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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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기금 투자 확대’ 실효성 논란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코스닥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코스닥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1일 코스닥은 전날보다 0.52% 오른 789.38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코스닥은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다. 코스닥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10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20.59%가 상승했다.

최근 코스닥이 급등한 것은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의 투자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 기관 자금이 수혈되면 수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 중 2.1%에 불과한 코스닥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13조 원이 코스닥에 유입되는 효과가 생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코스닥 중심 자본시장 혁신 방안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은 그동안 코스닥 시장 성장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국민연금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전체 자산 602조7000억 원 가운데 국내 주식에 20.6%를 투자하는데 이 중 코스닥 비중은 2.1%로 2조6000억 원이다. 전체 자산 가운데는 0.4%에 불과한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코스피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데다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의 마이너리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에 국민연금 같은 대형 자금이 투입되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기금이 매매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수조 원 규모의 연기금의 경우 시가총액이나 유통 주식이 적은 소형 종목에 투자하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코스닥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더라도 이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매도할 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투자자들도 많지 않다.

코스닥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부분 위탁을 통해 코스닥 투자를 하고 있는데, 1257개 코스닥 종목을 직접 분석해 투자 결정을 내리기엔 역부족이다. 셀트리온 등 대장주를 제외하면 코스닥 종목에 대한 투자 리포트도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코스닥 시장의 시총 상위 종목에만 투자하기에는 모험자본 시장으로서의 코스닥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어긋난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쌈짓돈처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는 절실하지만, 무분별한 돈 쏟아붓기 식으로는 버블 붕괴에 따른 시장 충격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보다는 시장의 인프라와 제도를 개선하고, 코스닥 기업이 견실한 실적을 내며 시장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권에 따라 연기금이 움직이게 되면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국민연금 기금을 통한 인위적인 부양은 시장에 불필요한 기대를 만들 수 있고, 기금의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박성민 기자
#코스닥#연기금#국민연금#정부#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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