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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박정희 기념관’ 만든 DJ의 뜻은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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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박정희 기념관’ 만든 DJ의 뜻은 어디가고…

노지현 기자 입력 2017-11-15 03:00수정 2017-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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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의 화해’ 취지 잊혀진 채 동상 설립 놓고 찬반 갈등만 커져 역사를 돌아보면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사건이 많습니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와의 화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짓기로 결정합니다. 김 대통령이 기념사업회 명예회장까지 맡았습니다. 기념관 건립비용은 정부(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국비로 일부 지원하고 나머지는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측이 모금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고건 서울시장도 시유지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990년대 택지개발로 조성된 서울 마포구 상암지구에 기념관이 생기게 된 배경입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시민단체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이 못마땅했습니다. 국고 지원도 안 될 말이라고 반대했습니다. 2002년 1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기념재단 측이 목표로 한 500억 원은 잘 모이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노무현 정부 들어 당시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성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고보조금 208억 원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행자부는 2005년 3월 기념사업회에 대해 국고보조금 사용 중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기념사업회는 취소처분 행정소송을 제기해 2006년 1월 승소합니다. 이후 가까스로 목표액 모금에 성공해 2012년 2월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시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기념관에 공공도서관을 함께 운영할 것을 내걸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기념사업회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불만이 커지자 기념재단은 아예 서울시가 무상 제공한 땅을 사기로 합니다. 서울시도 감정평가액 232억 원에 팔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서울시민의 공용지를 독재자 기념사업에 내줄 수는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종자들의 상징적 장소가 될까 봐 우려한 것도 같습니다.

만일 이때 서울시가 기념사업회에 땅을 팔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기념관에 세우느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서울시가 개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동상 건립에 대한 심의를 놓고 골머리를 앓을 일도 없었을 테고요. 땅을 팔고 싶었지만 팔지 못한 서울시는 결국 기념사업회와 ‘동상 건립 반대’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처지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념사업회 측에 법적 절차와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심의 결과를 따라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화해와 통합이라는 DJ정신을 받아 만든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입니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까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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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기념관#동상#김대중#화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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