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태극기를?” 대만 시위에 누리꾼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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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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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태극기를?” 대만 시위에 누리꾼 발끈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에서 대만 여자 선수가 실격패한 것을 두고 대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반한 시위가 전개됐다는 소식에 국내 누리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만 대표로 출전한 양수쥔은 17일 태권도 여자 49kg급 1회전에서 베트남의 부티하우에게 9-0으로 앞섰으나 경기 종료 12초를 남겨두고 실격 당했다. 심판진은 양수쥔의 뒤꿈치에 공인받지 않은 장비가 부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양수쥔 측은 "문제가 있다면 미리 지적해야 했다"며 심판진에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 장비의 착용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지만 이날 심판진의 판정 자체는 정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만인들은 판정이 잘못됐다며 거리에서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산 라면을 부수는 등 격렬한 반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만 정치권도 한국 측에 공식사과를 요구하겠다며 이 같은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내 누리꾼들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판 판정에 문제가 없었음은 물론, 이날 실격 판정을 내린 주심은 필리핀인임에도 대만인들이 태권도가 한국 국기라는 이유만으로 괜한 분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만 언론 등이 그동안 한국과 한국 연예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하 보도를 해온 것도 문제 삼고 있다. '평소 한국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던 대만인들이 대만 선수의 실격패를 빌미 삼아서 반한 시위를 벌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게시판에는 "부정 저지른 자국 선수 탓은 안하고 엉뚱하게 한국에 분풀이냐" "기왕 부수려면 한국산 LCD TV, 노트북, 휴대전화 등 고급 제품을 던져야지 겨우 라면이냐" 등 대만인들의 반한 시위를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반한 시위뿐만 아니라 대만 인터넷애도 한국에 대한 폄하 글이 폭주하는 상태다. 또 대만 현지에서 한국인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학생, 주재원 분들은 외출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대만에선 지난달 23일 열린 대륙간컵 한국-대만 야구경기에서도 대만 관중들이 '천안함 폭파하듯 한국을 때려부숴라' 등 과격한 내용의 팻말을 들고 응원해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만인들은 과거에도 한국과 맞붙는 축구, 야구 등 국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성형수술 하러 돌아가라' '김치 X들은 찢어죽이자' 같은 몰상식한 팻말을 들어서 문제가 됐다.

대만의 반한 감정이 이처럼 유별난 원인은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것에 자존심을 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대만과 단교해 이것만으로 반한 감정의 원인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대만이 한 때 아시아의 경쟁자로 여겼던 한국에 경제, 문화적으로 갈수록 뒤쳐지고 국제적 입지마저 좁아지면서 열등감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만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 드라마, 가요 등 한류가 각광받으면서 반한 감정도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19일 저녁엔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과 대만의 야구 결승 경기가 있어 경기 결과에 따라 대만 내 반한 시위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동영상 = 태권도 남녀 선수들 마지막 담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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