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임아동 102만명…20%에만 ‘따뜻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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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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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은 다가오는데… 혼자 라면 끓여 먹고 게임만
게임중독-가출 10% 높고 성폭행 등 범죄표적 되기도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형주네 집을 방문한 조수연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부천=원대연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형주네 집을 방문한 조수연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부천=원대연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반지하 연립주택. “네 로봇은 팔이 없잖아.” 현관문을 열자 ‘까르르’ 웃음소리와 함께 형주(가명·9)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형주는 동생 희주(가명·8)와 함께 조수연 희망선생님(34)의 지도로 로봇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형주는 평일 오후 2∼5시 희망선생님이 오시면 같이 학교 숙제를 한다. 문제집을 풀고 미술, 음악 수업도 한다. 형주네 집에 희망선생님이 찾아온 건 올해 1월부터. 저소득층 여성과 아동을 연결해 돌봄 공백을 메우고 일자리도 만드는 ‘미래희망돌봄사업’의 하나다.》희망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는 형주는 늘 혼자였다. 형주네 부모님은 경제적인 이유로 3년 전 이혼을 했다. 어머니는 오전 9시에 식당 일을 나가 오후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형주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TV를 보거나 게임을 했다. 동생 희주는 동네 언니들과 돌아다니다 어둑어둑 해가 진 뒤에 집에 돌아왔다.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웠다. 과자만 먹는 날도 많았다. 오후 7시면 막내 동생 경주(가명·4)가 유치원에서 돌아온다. 아이들은 TV를 보다가 엄마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잠이 들곤 했다. 안이숙 사회복지사는 “방임된 아이들은 게임 중독자가 되거나 거리를 배회하다 비행청소년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방임된 아이들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이 방임된 아동은 100만 명이 넘는다.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이 늘어나면서 ‘돌봄 공백’이 심각한 아동복지 문제로 떠오른 것. 정부는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학교 등을 늘려 돌봄 공백 해소에 나섰지만 형주처럼 혜택을 보는 아이는 100만 명 중 20%에 불과하다.

2008년 ‘한국아동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 공백 상태에 있는 아동은 모두 102만5600명이다.

저소득층 부모들도 자녀가 아무 관리도 없이 방치되는 것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시군구 38곳의 저소득층(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아동의 부모 1만381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의 문제점으로 방과 후 방치(37.5%), 여가 및 문화활동 부족(28.4%), 성적 부진(10%) 순으로 꼽았다. 이들 자녀가 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부모, 조부모 순이었지만 형제와 지낸다는 비율이 13.7%, 혼자 지낸다는 비율도 10%에 이르렀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방임 아동은 일탈 가능성이 높고 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돌봄 공백이 사회진출 초기 단계부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방임 아동의 인터넷 게임 중독률, 가출 비율은 일반 아동보다 10% 이상 높다. 이들은 쉽게 범죄 표적이 되기도 한다. 2007년 혜진·예슬 양 사건, 2008년 나영이 사건, 2009년 이유리 양 사건 등 잇단 아동성폭행 사건도 부모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

김 박사는 “현재 지역아동센터, 방과후학교 등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지역사회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운영해 지원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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