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늘어나는 ‘나쁨’… “앞으로 체육수업 어떻게 할지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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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갇힌 한반도]기준 강화 첫날… 학교-지자체 혼란

운동장 대신 교실에서 체육수업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나타난 27일, 서울 노원구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가는 대신 실내에서 피구를 하며 체육수업을 대체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운동장 대신 교실에서 체육수업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나타난 27일, 서울 노원구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가는 대신 실내에서 피구를 하며 체육수업을 대체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오후 1시경 서울 A초등학교 3학년 교실. 반 아이들은 12명씩 팀을 나눠 피구 경기를 했다. 공을 던져 맞히는 일반적 피구와는 달랐다. 수건돌리기를 하듯 둥그렇게 앉아 공을 빠르게 굴렸다. 원 안에 들어간 아이들은 껑충 뛰어 공을 피했다. 일명 ‘앉아 피구’다. 미세먼지가 심해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고안한 체육활동 중 하나다.

이 학교에는 체육관이 있다. 이날 같은 시간대 체육수업이 있는 반은 4개였다. 체육관에선 2개 반까지만 체육수업이 가능해 나머지 반은 교실에서 체육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우리는 좁은 체육관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1만1782곳 중 실내 체육시설이 전무한 곳은 979곳(8%)에 이른다.

27일 초미세먼지(PM2.5) 대기환경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학교마다 비상이 걸렸다. 학교들은 그동안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이면 체육활동을 실내에서 하거나 이론수업으로 대체했다.

문제는 나쁨 기준이 이날부터 m³당 5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36μg으로 낮아져 나쁨 일수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나쁨 일수는 12일이었지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57일로 5배가량으로 늘어난다.

서울 양천구의 경우 지난해 나쁨 일수는 31일이었다. 새 기준대로라면 94일로 63일이나 늘어난다. 94일은 초등학교 수업일수(최소 190일)의 절반에 이른다. 체육수업을 포함해 학교의 야외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 기준을 적용할 때 나쁨 일수가 껑충 뛰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36∼50μg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양천구와 함께 부산 사하구와 사상구 등이 지난해 36∼50μg 사이 수치가 유독 많았다. 사하구는 지난해 나쁨 일수가 35일이었지만 새 기준을 적용하면 128일이나 된다. 사상구도 나쁨 일수가 기준 강화 시 28일에서 119일로 늘어난다.

부산에선 16개 기초단체 중 사상구와 영도구, 북구 등 3곳이 환경미화원에게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상구는 옛 기준대로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앞으로 미세먼지 나쁨이 수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경미화원 마스크와 같이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뜬구름’ 잡는 대책이 남발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경기도는 2016년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서해 쪽에서 인공 비를 내리게 해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겠다고 밝혔다. 당시 큰 화제가 됐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당장 미세먼지 측정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는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도시대기 측정소를 7곳 운영하고 있다. 도시대기 측정소는 사람의 호흡 높이를 고려해 지상 1.5m 이상, 10m 이하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7곳 중 기준에 맞는 곳은 1곳뿐이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최악의 미세먼지는 28일 오후부터 옅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신 황사가 찾아온다. 27일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생한 황사는 28일 밤과 29일 사이 북한 상공을 지나면서 국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호경 kimhk@donga.com / 부산=조용휘 / 광주=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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