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몹쓸짓 ‘악마 아빠’ 법은 강간 아닌 추행 처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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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性보호 개정법 모순
‘남아 강간죄’ 인정하면서 실제 재판땐 ‘추행’으로 처벌… 40대에 징역 10년 선고

초등학생 친아들을 변태성욕의 대상으로 삼은 인면수심의 '악마 아버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남자 아동 성폭행은 여전히 성추행으로 다뤄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 3월 16일자 A14면 男아동 성폭행도 오늘부턴 ‘강간죄’ 적용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모 씨(43)는 가족들에게 '폭군'이었다.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큰아들(14)의 뺨을 때리고 가위를 배에 들이대는 것은 예사였다. 2010년 8월 길이 20cm 짜리 식칼을 손에 든 채로 강아지를 때리던 그를 부인 장모 씨(38)가 말리자 장 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찌를 듯이 칼을 들이댔다. 어떨 땐 나무 밥상으로 장 씨의 무릎을 찍기도 했다. 두 아들은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해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그가 잠이 든 후에야 조용히 집에 들어가곤 했다.

급기야 이 씨는 아들에게 몹쓸 짓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부터 자신에게 겁을 먹어 울고 있는 작은 아들(11)에게 강제로 항문 성교를 한 것. 큰 아들이 집에 있을 땐 강아지 산책을 시키라며 내보낸 뒤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참다못한 부인의 신고로 악행은 끝났지만 이미 아들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재판에서는 3차례의 성폭행만 인정됐지만 경찰은 20여회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천대엽)는 11일 이 씨에게 징역 10년과 정보공개 7년을 선고했다. 또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하고 그 기간동안 어떤 방법으로도 아들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검찰은 징역 8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이보다 무겁게 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자신이 보호해야 할 10세 남짓의 어린 친아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반인륜적인 짓을 저질렀다"며 "가족들이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인 장 씨는 재판부에 "검찰의 구형은 너무 가볍다. 부디 이 씨를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상습폭행과 협박 등의 혐의가 추가돼 중형을 받긴 했지만 이 씨의 패륜 범행은 강간이 아니라 '성추행(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으로 처벌됐다. 이 씨가 성폭행을 시작한 올해 3월 여성가족부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폭행 피해자가 남자 아동일 때는 강간죄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개정 탓에 실제 재판에선 적용되지 않고 있다.


개정법은 강간 피해자를 '여성 아동·청소년'에서 '아동·청소년'으로 바꿔 피해자의 범위를 남자 아동까지 넓혔다. 하지만 같은 법 안에서 '구강, 항문 등에 성기를 넣는 행위'는 성추행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해 남자 어린이가 강간 피해자로 인정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법은 바뀌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혐의는 그대로인 상황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 씨의 경우 성범죄 외에 학대행위가 없었다면 10년 형을 선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모순된 법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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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들 성폭행#악마 아버지#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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