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00건 간첩신고, 작년엔 3만건 사상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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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안보경각심 커져
年 1000건 간첩신고, 작년엔 3만건 사상최다

국민의 간첩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던 안보의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가정보원에 접수된 간첩 등 국가안보 위해사범 신고는 2만9683건으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국정원에 접수된 신고 6만9622건의 42%에 해당한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그전 8년간의 74%에 해당하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올해는 7월까지 1만7425건이 접수됐다.

국정원과 공안당국 관계자들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을 경험하면서 안보 경각심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두 사건이 발생한 2010년 신고건수는 1만2158건으로 2008년 931건과 2009년 356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종북(從北)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국정원과 검찰은 특히 젊은층의 신고가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 30대 젊은이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북한 체제 찬양 글이나 종북 사이트를 적극 신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버 신고가 2010년 1만1700여 건에서 2011년 2만9100건으로 크게 늘었다”며 “젊은층이 예전에 비해 안보위협 사범에 대한 신고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장난전화도 월평균 34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젊은층 사이에 불고 있는 ‘절대시계’ 인기도 이 같은 기류를 보여 준다. 국정원은 간첩 등 국가안보 위해사범 신고자 중 내용이 우수할 경우 손목시계를 보내주는데 이 시계를 누리꾼들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The One Ring)에 비유한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절대시계 판매’ 광고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절대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모델로 한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다. 절대시계 앱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111신고 활성화를 위해 개발된 앱이다. 국정원 ‘절대시계’ 문양과 날씨 등이 나와 있다. 절대시계 앱은 NIS 로고를 클릭하면 국정원 모바일 홈페이지로 연결돼 111신고로 바로 연결되도록 구성됐다.

신고내용의 질도 예전에 비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황장엽 암살조 직파(直派) 간첩’ ‘보위사령부 연계 탈북자 위장간첩사건’ 등에서 검거된 9명은 모두 일반인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

높아지고 있는 안보의식과 함께 간첩수사 수요도 폭증하고 있지만 수사환경은 예전에 비해 악화됐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것이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과 ‘변호인의 조사 시 참여권’의 남용이다. 국정원은 “2006년 ‘일심회’ 간첩 수사 당시 변호인단이 장 마이클 등 피의자 5명을 60차례 접견하고 가족도 41차례나 면회해 사실상 신문을 방해했다”며 “이들 권리에 대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자체를 거부하거나 단식을 하며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묵비권을 행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공안부의 한 검사는 “국보법 위반 사범은 진술 자체를 거부해 답이 없는 수사기록이 만들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 간첩신고 111 ::

국가정보원은 2009년 6월부터 111 통합콜센터에서 간첩 좌익사범, 테러 및 국제범죄, 산업스파이 신고를 받고 있다. 과거 113 신고전화는 폐지됐다. 전국 어디서나 111만 누르면 24시간 상담원과 연결된다. 인터넷으로는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 홈페이지(service1.nis.go.kr)에 접속해 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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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간첩신고#안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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