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불타던 거물 경관, 여선생 성폭행…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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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검장 금품수수 밝혀 옷 벗게 만들었다” 소문
사채업자 관련된 비리… 동료경관 연루 의혹 무성

‘잘나가던 경찰이 왜 파렴치한 범죄의 늪에 빠졌을까.’

자살사건 참고인인 여성을 용의자로 몰아 성폭행하고 3년간 7000만 원을 뜯은 혐의(독직 폭행)로 18일 구속된 전남지방경찰청 박모 경위(45)는 경찰 내부에서 알부자로 통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재산이 50억 원이 넘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상사와 부하들에게 밥과 술도 자주 사 ‘큰손’으로 통했다. 박 경위는 다른 경찰과 달리 수입이 많았다. 사채업자에게 거액을 빌려주고 시중의 사채 이자보다 배나 높은 이자를 챙겼을 정도로 ‘수완’이 좋았다. 다만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여수경찰서 측은 “박 경위의 재산을 확인해본 결과 중산층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본보 18일자 A12면 경찰이 조사받던 여성 살인범 몰아 성폭행

‘경찰관의 성폭행’이라는 이례적 범죄라는 점 이상으로 박 경위 사건은 검찰과 경찰 양측 모두에게 관심을 끌었다. 속칭 ‘잘나가는’ 경찰이기도 했지만 ‘고위 검찰의 옷을 벗긴 거물 경찰’이라는 소문까지 더해져 검경 모두 그에 대한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지난해 그가 여수산업단지의 한 업체를 수사하면서 모 지검장이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장부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나돈 뒤 관련 의혹이 보도됐고 해당 지검장은 사표를 냈다.

고향이 여수인 박 경위는 1992년경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대부분 여수에서 근무했다. 그는 수사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2008년 여수지역 보험사기 사건을 대거 해결해 특진까지 했다. 박 경위의 초임 시절 함께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당시 박 경위는 정의감에 불타는 직원이었는데 돈 욕심을 내다 나쁜 길에 빠져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또 사채업자 최모 씨(40·구속)의 약점을 잡아 현금 1억5000만 원을 맡긴 뒤 월 5%에 달하는 이자를 챙겨달라고 해 40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사채업자 최 씨가 운영하는 중고차량 매매 업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박 경위와 친분이 있는 일부 경찰관이 이 업소를 통해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경찰관들이 비리에 연루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채널A 영상] 살인-방화에 성폭행까지…청원경찰의 ‘이중생활’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 성폭행 경관#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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