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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1돌 갈채 쏟아진 날… “우린 일거리 찾아 부둣가 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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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1돌 갈채 쏟아진 날… “우린 일거리 찾아 부둣가 헤매”

동아일보입력 2012-01-20 03:00수정 2012-01-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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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호주얼리호 갑판장-조리장이 털어놓는 ‘그날의 후유증’
아덴만 작전 전적비 청해부대의 아덴 만 여명작전 성공을 기리는 1주년 기념행사가 19일 오후 해군 부산작전기지와 최영함에서 열렸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최윤희 해군참모총장,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덴만 여명작전 전적비가 제막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1년전 그날처럼… 이날 부산작전기지 내 선박에서 해군 특수전부대(UDT/SEAL) 요원들이 당시 작전을 재연하고 있다.
#1. 19일 오후 2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와 최영함 함정.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성공적으로 구출한 ‘아덴 만 여명 작전’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가 열렸다. 전적비 제막, 특수전 시범, 당시 작전에 투입된 특전요원들의 아덴 만 여명 작전 재연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허남식 부산시장, 국회의원, 해군 장병, 학생, 시민 등 300여 명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아덴 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도 지켜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해부대에 축전을 보내 “창군 이래 해외에 파병된 군이 군사작전으로 우리 국민을 구출한 첫 사례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channelA삼호주얼리호 피랍부터 구출까지 전 과정 재연

#2. 부산에서 성대한 1주년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울산항과 경남 김해시내 한 거리. 석 선장과 함께 생사의 고비를 함께한 당시 김두찬 갑판장(62)과 정상현 조리장(58)은 일자리를 찾으려고 각각 해운업체와 직업소개소를 서성거렸다. 두 사람은 해적의 위협에도 목숨을 걸고 ‘배에 불을 지르거나 엔진을 고장 내라’고 적힌 석 선장의 쪽지를 다른 선원에게 전달했다. 김 갑판장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몽골 어선을 추가로 납치하려 했을 때 해군이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해적들을 교란시켰다. 결국 해적들에게 폭행당해 앞니 3개가 부러지고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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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도 작전 성공의 주역이지만 이날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악몽 같은 사건을 겪은 뒤 10개월간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은 두 사람에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7급’ 진단이 나왔다. 금전적 보상이라곤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급한 200만 원이 전부다.

부산에 사는 김 갑판장은 요즘도 밤에 불을 켜놓고 잔다. 아내가 ‘불 끄고 편히 자라’고 달래지만 불을 끄면 갇혀 있던 선실이 생각난다. 생활고는 더 무섭다. 아내가 차린 식당은 한 달에 160만 원씩 적자가 나 곧 문을 닫는다. 사건 이후 삼호해운이 부도가 나 장애보험료와 9개월 치 월급도 못 받았다. 일당 5만 원짜리 일거리라도 찾으려고 부둣가를 오가고 있지만 나이가 많다고 일자리도 주지 않는다.

해적에게 맞아 빠진 이는 상태가 심각했다. 임플란트 대신 틀니로 아래, 윗니 18개를 갈아 끼웠다. 그나마 돈이 없어 빚을 내야 했다. 그는 “남의 속도 모르고 지인들은 ‘사건 이후 보상을 많이 받아서 일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것 아니냐’고들 한다”며 “목숨을 걸고 작전에 도움을 줬는데 정부와 회사는 어떤 관심도 없어 야속하다”고 말했다.

정 조리장도 9개월 치 월급과 장애보험료를 못 받았다. 선원고용복지센터에 구직등록을 했지만 연락이 없다. 집 주변 직업소개소도 마찬가지다. 그는 “큰 정신적 장애를 겪어서인지 선주 입장에서 채용을 꺼리는 것 같다”며 “집 근처에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데 1년 전 사건 때문에 그들이 겁나 밖에 나가지도 않지만 때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고 때문에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지 고민 중이다.

1년 전 삼호주얼리호에 탔던 한국 선원 8명 가운데 석 선장, 김 갑판장, 정 조리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전남 순천, 광주, 경북 포항 등지에 거주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치료를 포기하고 조선업체에 취업하거나 화물선에 재승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선사인 삼호해운은 현재 부산지법에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회사 측은 “잘 해결되면 월급과 보험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호주얼리호는 지난해 5월 선주사인 노르웨이 업체로 보내졌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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