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가장 많이 낸 사람? 대기업 오너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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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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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0.01% 현황 보니

건강보험료를 누가 가장 많이 낼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아니다. 대기업 오너를 떠올렸다면 틀렸다. 서울 A캐피털업체와 경기 B레저업체를 운영하는 현모 씨다. 현 씨는 9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9개 회사 모두에 대표로 등재돼 있다 보니 매달 건보료만 1739만 원을 낸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재선 자유선진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건강보험료 최고액 납부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건보료 상한액을 납부한 사람은 모두 2247명이었다.

직장가입자는 월 소득이 7810만 원을 넘으면 최고액인 220만 원을 매달 건보료로 낸다.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소득을 합쳐 점수로 환산했을 때 1만2680점을 넘으면 최고액인 210만 원을 낸다. 보통 시가 28억 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고, 매달 8500만 원을 버는 수준이면 최고액을 내게 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2123만 명)의 상위 0.01%가 이 상한액을 넘는 건보료를 내고 있다.

상한액이 정해져 있는데, 1500여만 원의 보험료를 더 내는 까닭은 뭘까. 2003년 근로자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지역건강보험 대상자에서 직장건강보험 대상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였던 자영업자들이 대거 직장가입자가 됐고, 여러 매장을 가진 자영업자들은 매장마다 대표로 등재되면서 따로따로 건보료를 내야 했다. 대기업 회장보다 음식점이나 미용실을 여러 개 운영하는 ‘숨은 부자들’의 건보료가 높게 책정된 이유다.

이번 자료에서 이 점이 확인됐다. 이를테면 강모 씨는 미용실 38곳을 운영하는데, 매장마다 대표 신분으로 4만5000∼86만5000원의 건보료를 낸다. 이렇게 해서 강 씨가 매달 내는 건보료는 832만 원에 이른다.

매달 건보료를 1000만 원 이상 내는 가입자는 15명이었는데, 모두 매장을 여러 개 가진 사람들이었다. 현 씨에 이어 두 번째로 건보료(1722만 원)를 많이 낸 오모 씨는 경기도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 33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938만 원을 내는 박모 씨는 고속도로 요금소 인근에서 주유소 32곳을 운영한다.

‘숨은 부자들’의 62%(1403명)가 서울에 살고 있었다. 이어 경기가 304명, 경남이 103명이었다. 가장 적은 곳은 제주(6명)였고, 대전(8명)과 강원(9명)이 그 다음으로 적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별 인구를 기준으로 숨은 부자들의 비율을 따져보니 서울 종로구와 중구가 1000명당 1명으로 가장 많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서울 강남구는 2000명당 1명이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직장가입자에 대해 월급 외의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직장가입자는 다른 재산과 소득이 있어도 임금 소득을 기준으로만 건보료를 부과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모든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한다. 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현재 종합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는 153만 명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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