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자율학교 ‘공교육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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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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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개교 수능 국영수 평균 5년간 12점 수직 상승
사교육 없이 기숙사 생활깵 도시서도 인재 찾아와


최근 5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3개 영역(언어 수리 외국어) 평균 점수에서 전남 곡성군과 경북 영양군 등 일부 지역은 지역별 순위에서 100계단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는 지역에 ‘농어촌 자율학교’가 생기면서 지역 평균 점수를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본보 19일자 A1면 참조 수능성적 상승 1위 수지高-곡성郡

본보가 시도교육감이 지정한 농어촌 자율학교 94곳 가운데 전문계고를 제외한 88개교의 5년간 수능 3개 영역 점수를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평균 12.15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학교로 전환된 시기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율학교 전환 이후 성적이 오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5년 동안 점수가 가장 많이 오른 학교는 경기 양평 양서고로 87.12점 올랐다. 학교 순위에서 2005학년도 1100위 밖에 있던 양서고는 2009학년도 89위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2005학년도와 2006학년도 사이에 3개 영역 평균 점수가 38점이나 올랐다. 점수가 오른 데에는 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2003년 신입생부터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자율학교 전환 첫해에는 모집 정원을 채우기가 어려웠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재학생 중 25%는 서울 출신이고 65%는 경기도 전역에서 왔다. 올해 신입생은 1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내신 상위 5% 이상 학생들이다. 이 학교 한상 교감은 “한 달에 한 번 기숙사에서 나가기 때문에 사교육이 전혀 없고 교사들이 야간 심화수업을 한다”며 “성공적인 공교육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익산고도 자율학교로 지정된 이후 3개 영역 평균점수가 38.33점이나 올랐다. 양재덕 익산고 교감은 “이전까지 익산은 인근 전주나 군산 등 도시로 우수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전주, 군산의 상위권 학생들이 자율학교를 찾아 익산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자율학교에서 점수가 오른 것은 아니다. 88개교 중 27개교는 5년 동안 성적이 하락했다. 자율학교로 전환됐어도 농어촌에서 모집 정원을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 남해해성고는 2004년 자율학교로 지정됐지만 지역 인구가 계속 줄어 정원 미달로 폐교 위기에 놓여 있었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골프반을 만들어 체육 특기생을 뽑았다. 수능 평균 점수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학교는 졸업생이 유명 대학에 진학할 경우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장학금 제도로 상위권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점수가 떨어진 또 다른 학교는 자율학교로 전환된 후에도 90명 정원을 채우지 못하다 미국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학생 유치 노력을 하고 나서야 정원을 채우기도 했다.

한편 자율학교 가운데 5년간 3개 영역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학교는 충남 공주 한일고였고, 같은 지역 공주사대부설고가 뒤를 이었다. 이들 학교는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제외한 전국 일반계 고교 수능 3개 영역 평균 점수 순위에서도 1, 2위를 차지했다. 자율학교 3위는 경남 거창고, 4위는 전남 장성고였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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