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 추락 대학생, 사고 53일 만에 한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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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2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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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6개 이어 눕혀 만든 침대에 누워 13시간 비행 끝 22일 도착
응급구조사 포함 7개 좌석 티켓 값은 항공사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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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6시 9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236번 게이트 항공기 계류장. 7분 전 착륙한 대한항공 KE006A 항공편이 굉음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천천히 이동했다. 오후 6시 32분. 일반 승객이 모두 내리고 수화물도 모두 내려진 뒤 항공기 우측 두 번째 비상문 아래로 대한항공 리프트 차량이 접근했다. 그 앞으로는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던 부산 동아대 학생 박준혁 씨(25)를 서울 시내 한 병원으로 옮길 앰뷸런스가 주차했다. 리프트 차량 안에는 구조대원들이 탑승했다. 이어 리프트 차량이 상승했다. 오후 6시 40분. 항공기 비상문이 열렸고, 박 씨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후 6시 42분. 박 씨와 박 씨의 어머니를 실은 리프트 차량이 하강했고, 이들은 앰뷸런스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하늘색 담요를 목까지 덮은 박 씨는 주변을 살피느라 가끔씩 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어머니는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함께 온 박 씨의 동생은 일반 승객과 함께 빠져나갔다.

박 씨는 21일 오전 11시 20분(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한항공 KE006A 항공편으로 약 13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매캐런 공항까지 육상 이동에 필요한 차량은 박 씨가 입원해 있었던 플래그스태프 병원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박 씨를 이송하기 위해 창가 쪽 3개 줄을 비웠다. 각 줄마다 의자 2개씩 모두 6개의 의자를 눕혔고, 그 위에 박 씨가 누울 침대와 각종 의료 장비를 놓았다. 침대 주위로는 커튼을 쳐 다른 승객들은 박 씨를 볼 수 없게 했다.

박 씨의 이송에는 약 2500만 원 비용이 들었다. 박 씨의 침대로 쓰인 좌석 6개와 박 씨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함께 탑승한 응급구조사 1명을 위한 좌석까지 총 7개의 좌석 비용이다. 이 비용은 전부 대한항공이 부담했다. 박 씨의 어머니와 동생은 항공료를 내고 탑승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런 일에 지원을 하는 것이 항공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도움을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사고 발생 53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씨는 1년간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현지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떠났다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박 씨는 늑골 골정상과 뇌출혈 등 중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이달 들어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남 동아대 총학생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 다행이다. 빠르게 쾌유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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