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사옥 지지부진에… 공공기여 사업비 추가부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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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층 빌딩, 세계적 수준의 전시장과 공연장을 갖춘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중심지, 관광 명소가 될 자동차 테마파크.’

현대자동차그룹이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터를 매입하며 밝힌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청사진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GBC 완공 시점을 2020년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19년 GBC 상황은 5년 전 밝힌 계획과는 차이가 크다. 여전히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GBC 건립과 함께 추진하려던 지역 인프라 개선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는 세 차례 보류 끝에 GBC에 대한 심의를 지난달 통과시켰다. 남은 것은 서울시의 건축 허가, 굴토·구조 심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이다. 서울시는 최장 8개월 걸리는 이 절차들을 5개월 이내로 줄여 신속하게 착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GBC 건립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기부채납해야 하는 인프라 개선 사업(공공기여사업)에 대한 집행 계획 확정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2016년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며 3종 일반주거지역이던 GBC 건립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종(種)상향했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종이 변경돼 상승하는 토지가치의 60%는 도로를 비롯한 공공시설을 짓거나 정비하는 데, 즉 공공기여사업에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당시 책정된 공공기여금은 1조7491억 원. 이 돈으로 진행하는 9개 공공기여사업에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처럼 서울을 마이스 산업 중심지로 키우는 핵심 인프라도 있다.

문제는 책정된 공공기여금 예산은 2016년과 동일하지만 3년 가까이 착공이 미뤄지면서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용은 올랐다는 것.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6년보다 공사비는 10% 이상 올랐다. 추가 공사비를 현대차그룹이 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 측은 “공사비 상승에 따라 당초 공공기여금 예산으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사업은 계획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서울시와 순조롭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실무진 협의를 마쳐 현대차그룹이 협의안을 최종 확정하는 일만 남았다.

협의안의 핵심은 공공기여사업 비용이 당초 책정한 액수보다 더 들더라도 2016년 이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올랐을 비용은 감액해 1조7491억 원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추가 공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없는 현대차그룹에 사실상 상승한 공사비용을 책임지라는 주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물가상승에 따라 비용이 자연스레 증가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현대차그룹이) 사업비를 사용하지 않아 얻었을 금융이자 등을 감안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공식적으로는 “이유가 타당하다면 추가 비용 부담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견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차일피일 허가를 미뤄 GBC 착공이 지연됐는데 공공기여사업에 차질이 없게 하라는 건 사실상 압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장 큰 책임은 부동산 과열을 우려해 허가를 미룬 국토교통부에 있지만 서울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GBC 건립 계획이 나온 후 인근 봉은사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고 공공기여사업 혜택을 받을 지역을 놓고도 강남구와 송파구 등 자치구 간 갈등을 빚었다. 이런 갈등을 중재해야 할 서울시가 정부와 여론 눈치를 보느라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토부 측은 “GBC 심의가 보류됐던 건 상주인구 증가에 따른 혼잡을 줄일 대책을 보완했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 과열을 우려해 심사를 미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현대차#신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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