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맘카페’ 신상털기 당한 보육교사 숨진 채 발견…“내가 짊어지고 가겠다”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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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의심을 받고 인터넷에 신상이 유포된 30대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맘카페’를 통해 도넘은 신상털기에 나섰던 자들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쯤 김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38)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4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유서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A 씨의 주머니에는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후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인천의 한 어린이집 행사에서 A 씨가 원생 1명을 밀쳤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비난과 A 씨 신상털기는 이날 저녁 늦게 김포지역 맘카페에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한 글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글쓴이는 자신의 조카가 당한 일이라면서 학대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글을 적었다. A 씨가 어린이집 행사에서 조카를 밀어 나뒹구러졌으나 A 씨는 돗자리 흙털기에만 열중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다만 "봤냐구요? 아니요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학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인터넷에는 A 씨의 신상명세가 공개됐고 어린이집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로부터 이틀 후 A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에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맘카페의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으로 인해 어린이집 교사가 죽었다며 범법 행위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사실상 아동학대도 아니였고, 부모님과 오해도 풀었으나 신상털기 악성댓글로 인해 목숨을 버렸다”며 “정작 해당카페는 고인에 대한 사과나 사건에 대한 반성 없이 관련글이 올라오면 삭제하기 바쁘고 글 작성자를 강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라는 한 누리꾼은 “저희 아이가 엄마보다도 더 좋아하던 선생님이었다.선생님의 명예 회복을 도와달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학대 피해에 대한 신고만 접수한 상태에서 A 씨가 사망해 내사 종결로 마무리할지 검토 중”이라면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신상 정보에 대한 글도 확인해 해당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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