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 유력… 젊은세대 부담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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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앞당겨 바닥나는 국민연금]“국민연금, 2057년 고갈”… 자문위 권고안 2가지 시뮬레이션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운영하면 2057년 완전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 낮아진 경제성장률에 따라 5년 전 전망치보다 3년 더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연금 적립금을 2088년까지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①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내년 11%로, 2034년 12.3%로 각각 올린 뒤 이후 5년마다 급격히 올리되 소득대체율(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45%로 유지하는 안이다. 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인 셈이다.

②안은 소득대체율을 2030년까지 40%로 유지하되 이후 필요하면 더 낮춘다. 2029년까지 보험료를 13.5%로 인상하고 2043년 이후 수급 개시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안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재정균형안’인 셈이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각각의 안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세대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 40대 이상은 ①안이 유리

시뮬레이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월평균 소득은 300만 원이고 25세부터 59세까지 보험료를 납입해 82세(기대수명)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①안을 택하면 2034년부터 5년마다 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21%까지 인상되고 ②안이면 2058년 소득대체율이 38%로 떨어진다고 가정했다.

▽이청년(가상인물·25) 씨=올해 취업해 월 27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 중 절반은 회사가 낸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앞으로 총 1억1340만 원을 납입한 뒤 65세부터 82세까지 1억8815만 원을 받게 된다. 낸 돈에 비해 받을 돈(수익비)이 1.6배 많다.

①안을 적용하면 이 씨가 앞으로 내야 할 보험료는 1억7875만 원으로 현행보다 57.6%(6535만 원) 늘어난다. 이는 ①안이 현 중장년층의 반발을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폭을 당분간 억제하다가 2034년 이후 급격히 올리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 제도발전위 위원은 “보험료율을 높게는 25%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많이 내는 대신 이 씨가 수령할 연금 총액은 2억1167만 원으로 현재보다 12.5%(2351만 원) 증가한다.

②안을 적용하면 이 씨가 앞으로 부담할 보험료는 1억5660만 원이고 연금 수령액은 1억5882만 원이다. 사실상 낸 만큼 받는 셈이다. 이 씨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부터 수령액이 줄어드는 탓이다. ②안은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수령액을 깎는 핀란드식 ‘기대수명 연동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씨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길어지면 수령액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김연금(가상인물·40) 씨=①안을 적용하면 앞으로 20년간 보험료 부담이 1675만 원 늘어나지만 연금 수령액은 2351만 원 증가한다. 반면 ②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이 1890만 원 늘어나는데 수령액은 오히려 2324만 원 줄어든다. 김 씨가 51세가 될 때까지 보험료는 줄곧 인상되는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67세로 늦춰지기 때문이다.

▽지천명(가상인물·55) 씨=①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이 360만 원 늘지만 연금으로 2536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이득이다. ②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은 180만 원 증가하지만 수령액은 차이가 없다. 지 씨 생전엔 수령액이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정부도 ①안에 무게


보건복지부는 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어 10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게 될지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이뤄진다.

당초 복지부 안에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당장 비판을 받더라도 ②안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연금 수령 시작 나이를 67세로 늦추는 ②안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노후소득 보장을 확대해 나가는 게 우리 정부 복지정책의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정부가 사실상 ①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공약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로만 개편하는 현행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과 함께 묶어 큰 틀에서 노후소득 보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국민연금#노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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