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檢 “경찰이 지휘 안받으면 실적위주 수사 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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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불만… “인사에 맞춰 일선 반발 차단 의도”
경찰 “상호견제, 합리적 결론 기대”

정부가 내주 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검찰에서는 ‘패싱’이라는 이야기가 또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안에 검사들의 추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주 초 검찰의 송치 전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지난번 ‘검찰 패싱’ 논란 이후 내부 의견을 묻긴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였던 것 같다”며 “국민 전체의 이익이 달린 사안을 성급히 결정한 느낌이다. 이제 국회의 판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고소 사건의 경우 고소인이 항고하는 방법으로 부실 수사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인지 사건은 법률가인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으면 경찰이 실적을 위해 무분별하게 입건하고 무혐의 처분해 버리는 등 억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 시기를 검찰 정기인사 시기에 맞춰 검찰 내부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면 경찰은 검경이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협력·견제하도록 한다는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이고 검찰이 2차 수사기관이라는 대원칙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건은 스스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야 하고, 송치 전에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경찰 수사 단계에서 수사권 남용 우려가 있을 경우 검찰이 송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경 양 기관이 지난달 말 수사권 조정 잠정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청와대에 제출했다”며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조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2, 3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배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후 청와대는 검찰에 설문을 내려보내 검사의 수사 지휘를 폐지할 경우 보완수사권을 요구하는 문제 등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해서는 안 되며, 검찰의 수사 지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왔다.

허동준 hungry@donga.com·권기범 기자
#검경 수사권#검찰#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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