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 이야기]아는 사람에게 광고 문자 보내면 위법인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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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 의료법 위반

A는 쓰지 않게 된 물건을 그냥 버리지 않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쓰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A는 동네 엄마들이 자주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에서 이러한 나눔 활동을 해왔고, 이런 나눔을 통해 꽤 많은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도 알게 되었습니다.

A는 어느 날 남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명절을 맞이해 할인 행사를 하자 이곳에서 좋은 정보는 널리 알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운영하는 한의원이 잘 되기를 바라는 내조의 마음이 가장 큰 동기가 되었지만 할인 정보나 좋은 한약에 대한 알림은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A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지인들은 물론이고 인터넷 카페에서 나눔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한의원의 할인 정보 및 한약의 간단한 효용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보낸 뒤 A는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한의원 광고 문자를 보낸 것은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민형사상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는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해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몹시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을 돕고자 한 마음이 오히려 남편과 남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폐를 끼치게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A는 상대방에게 문자가 불쾌했다면 죄송하다고 용서를 빌었지만 상대방은 완강하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이 문자로 인해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소비한 에너지와 시간이 있으니 이에 대하여 적절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돈을 요구하였습니다.

A의 내조, 과연 위법일까요?

우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수집·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입니다. 이 법에서는 벌칙 규정을 통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이 법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한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범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내지 제74조).

아마 A에게 전화를 건 상대방은 A가 물건의 나눔이라는 목적에서 수집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라는 개인정보를 한의원 광고라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범죄라고 주장한 것일 것입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 제8조 제1항, 제2항, 제19조)

결론부터 말하자면 A가 문자를 보낸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범죄로 볼 수 없습니다. A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개인정보 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집 목적의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 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의미합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5호). A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애초에 위와 같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의료법 위반 여부를 살펴볼까요?

의료법 제56조는 ‘의료광고의 금지 등’이라는 제목으로 의료법인이나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의료법 제89조 제1호). A 자신은 한의사가 아니므로 의료법을 위반하여 광고한 것이 아닌지 문제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A의 경우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 의료법 제56조 제5항은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구체적인 기준 등 의료광고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규정된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은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구체적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기준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아니한 신의료기술에 관한 광고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이 질병 치료에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거나 환자의 치료경험담이나 6개월 이하의 임상경력을 광고하는 것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이 다른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것과 비교하여 우수하거나 효과가 있다는 내용으로 광고하는 것 △다른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에 관하여 불리한 사실을 광고하는 것 등이 금지되는 의료광고입니다.

또 이외에도 △의료인이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이나 환자의 환부(患部) 등을 촬영한 동영상·사진으로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을 게재하여 광고하는 것 △의료 행위나 진료 방법 등을 광고하면서 예견할 수 있는 환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危害)를 끼칠 우려가 있는 부작용 등 중요 정보를 빠뜨리거나 글씨 크기를 작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눈에 잘 띄지 않게 광고하는 것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한 내용이나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을 광고하는 것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에 관한 기사나 전문가의 의견을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신문·인터넷신문 또는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기간행물이나 ‘방송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방송에 싣거나 방송하면서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의 연락처나 약도 등의 정보도 함께 싣거나 방송하여 광고하는 것 △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심의 대상이 되는 의료광고를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광고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르게 광고하는 것도 금지되는 의료광고입니다.

A의 문자는 단순히 보편화한 한약의 효능을 설명하고, 할인 정보를 안내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의료법령에서 금지하는 의료광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A의 문자가 불쾌했을 수는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보니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공해일 뿐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A에게 불쾌함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A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위자료 운운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무고, 더 나아가 공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사생활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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