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원장 등 경영진 7명 사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신생아 4명 사망 책임 통감”
병원측, 주사제 사용내역 부풀려… 건보 진료비 허위청구 드러나

이대목동병원이 지난해 12월 16일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지기 전 이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주사제 1병을 나눠 쓴 뒤 1인당 1병을 투여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이대의료원장과 이대목동병원장 등 경영진은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의 진료 및 처방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이 특이 주사제 사용 내역을 부풀려 청구한 정황을 파악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숨진 김모 군(생후 6주) 등 5명에게 지질영양 주사제 ‘스모프리피드’를 지난해 12월 초부터 투약했다. 같은 달 16일 오후 9시경부터 잇따라 숨진 김 군 등 4명의 혈액에선 항생제 내성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고, 유전자형이 똑같은 세균이 남은 주사제에서 검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오염된 주사제를 통해 감염된 세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망 원인을 밝혔다.

그동안 병원 측은 500mL 병에 든 주사제를 신생아 1인당 10∼20mL씩 나눠 맞힌 점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주사제를 나눠 투약하는 것 자체는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사제 투여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5명에게 1병을 사용했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할 때 1병 분량만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병원 측은 ‘5명에게 1병씩 총 5병을 사용했다’고 적어 진료비를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대목동병원이 주사제를 나눠 투약하는 과정에서 감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세균 감염을 초래한 데다 진료비까지 부풀려 청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어른처럼 1명당 1병을 처방했을 것으로 생각해 본의 아니게 처방 내역을 잘못 쓴 것 같다”며 “지난해 12월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주사 진료비를) 아직 청구하지 않아 이미 청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설마 1병당 2만 원에 불과한데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허위 청구를 하겠느냐”고 해명했다.

심봉석 이대의료원장과 정혜원 이대목동병원장을 비롯해 진료부원장, 연구부원장, 교육수련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경영진 7명은 이날 임면권자인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 수리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대목동병원은 당분간 간호부원장과 의료부원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 기자
#이대목동병원#신생아 사망사건#사의#건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