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구속되자 ‘노무현 前대통령의 죽음’ 까지 언급하며 직접 입장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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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치보복” 檢수사 정면반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김상협 전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왼쪽부터)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배석했다. 8명 중 정
 전 수석, 장 전 기획관을 제외한 6명은 기자 출신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김상협 전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왼쪽부터)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배석했다. 8명 중 정 전 수석, 장 전 기획관을 제외한 6명은 기자 출신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7일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적폐청산은 “퇴행적 시도”라며 첫 반격에 나선 이후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까지 거명하면서 가장 높은 수위로 비판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09년 5월 서거했다.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 소환 등으로 이어진다면 여야 간, 진보 보수 간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장소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택했다. 재임 기간 해외 순방 자료 등이 꽂힌 사무실 책장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읽었다. 재임 시절의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3분간 750자의 입장문을 읽고선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전에는 다른 장소에서 참모들과 만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하다가 발표 1시간여 전인 오후 4시 15분경 사무실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이 13일 검찰에 소환 된 시점부터 입장 발표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차례 열린 회의에선 참모들 사이에서 강경론과 온건론이 오갔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한참을 듣고 있다가 “이 정권이 한두 해 (수사를) 하고 말 게 아니라 긴 싸움이 될 거다. 성급하게 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이어 17일 새벽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경 측근들에게 입장문 발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이 작성한 초안을 직접 수정했다. 한 측근은 “참모들은 강한 메시지를 담았지만 대통령이 톤 다운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면대결’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 전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금도를 발휘해서 불구속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치보복을 줄이려고 한 것인데, 지금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중단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을 향한 메시지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라고 말했다. 측근에게 책임을 돌리고 검찰 수사를 피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강연을 위해 국회를 찾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만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검찰에서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반박하게 되면 정권 대 정권 대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격파괴적 모욕적 수사와 비극적인 서거에 대한 진솔한 참회와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보복이란 말은 일전을 하자는 선전포고”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부메랑이 될 것이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한순간이고 큰 권력일수록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 당 출신이지만 본인이 나가 당원도 아니다”라며 당 차원의 대응은 아니라고 했다. MB의 측근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지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일들을 한두 가지 알고 있겠느냐. 전전(前前) 정권과 전전전(前前前) 정권의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명박#정치보복#특활비#검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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