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0월 14일]휴갓길 5시간 35분 단축…1975년, 영동고속도로 개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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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경기 용인시 신갈분기점. 동아일보DB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경기 용인시 신갈분기점. 동아일보DB

1975년 서울에서 강원 강릉시에 가려면 얼마나 걸렸을까. 정답은 11시간 20분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던 ‘급행열차’를 타면 그랬다. 차로 가면 8시 30분이 걸렸다.

지금은 어떨까. 1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T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은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2시간 55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시간 35분이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줄인 제일 큰 이유는 단연 영동고속도로 개통이었다. 신갈 분기점~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는 강릉~묵호 사이에 놓였던 동해고속도로와 함께 1975년 오늘(10월 14일) 개통식을 열었다.

영동·동해고속도로 완전 개통 소식을 알린 1975년 10월 14일자 동아일보 1면. 하단 광고에 ‘남침에 설마없고 안보에 내일없다’는 반공 표어도 등장했다.
영동·동해고속도로 완전 개통 소식을 알린 1975년 10월 14일자 동아일보 1면. 하단 광고에 ‘남침에 설마없고 안보에 내일없다’는 반공 표어도 등장했다.

지금도 고속도로가 완전히 문을 열기 전 취재진이 먼저 탐방기를 쓰는 게 관례. 동아일보 김정규 이재화 기자는 그해 7월 21일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던 영동고속도로를 달린 뒤 “태백산맥 저쪽이 서울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면서 “고속도로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두 기자가 주목한 것 중 하나는 땅값 폭등. 이들은 “횡성군 둔내면 일대의 땅값은 종전 평(3.3㎡)당 700원(밭)에서 2000원으로 3배, 평창군 도암(현 대관령) 봉평 진부 등 3개 면의 땅값도 최저 2배에서 10배까지 뛰어 올랐다”고 썼다.


당시 땅값이 오른 제일 큰 이유는 목장 건설 때문이었다. 이들은 “재벌급 8개 회사가 목장을 건립하겠다고 평창군에 알려왔다”고 전했다. 관광 시절도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 “이밖에 쌍용그루웁(그룹)에서는 국제 규모의 용평 스키장과 호텔을 건립하고 있어 관광객을 맞을 채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대가 큰 것은 동해안의 관광 개발이다. 아름다운 산과 맑은 바다와 호수로 널리 알려진 설악산이나 경포대 말고도 이 지역은 관광 개발 적(합)지가 곳곳에 널려있다.”

개통 전 영동고속도로를 먼저 찾아 소개한 1975년 7월 21일자 동아일보
개통 전 영동고속도로를 먼저 찾아 소개한 1975년 7월 21일자 동아일보


맞다. 수도권 사람들에게 영동고속도로는 ‘휴가’로 가는 길목이다. 지금도 그렇다. 여름에는 동해 바다를 찾아 영동고속도로에 오르고 겨울에는 스키장이 기다리는 영동고속도로에 오른다.

지금하고 다른 것도 있다. 이때는 지금보다 건설 기술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산세가 너무 험준한” 대관령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기는 무리였다. 그래서 대관령 구간은 구불구불 오르고 내리는 국도를 그대로 이용했다. 원래 시속 80㎞였던 제한 속도는 대관령 구간에서는 40㎞까지 줄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이런 구간에 돈을 받기는 미안했는지 둔내까지만 요금을 받았다.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2001년 대관령에 터널이 생기면서 이제는 구간단속구간을 마련할 정도가 됐다. 특정 지점에서 과속에 주의하라는 뜻으로 설치하는 ‘과속 단속 카메라’와 달리 구간단속구간은 해당 구간 전체에서 과속 우려가 있을 때 설치한다. 이제 대관령이 그만큼 운전자가 과속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끼는 구간이 된 것이다.

지금은 좀 낯선 풍경도 있었다. 1975년 7월 21일 동아일보는 “김영호 (당시) 횡성군수는 각 마을 청년들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개통 후에 밀려들 도시의 퇴폐풍조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우리 처지에 알맞는 풍조만 받아들이자’고 역설, 지방 청소년과 주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내년 2월이면 평창 겨울올림픽을 찾은 전 세계인들이 이 고속도로를 달리게 된다. 이들에게 영동고속도로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우리도 그들로부터 우리 처지에 맞는 어떤 풍조를 받아들여야 할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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