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택]안전처 개편, 재난 컨트롤타워 강화가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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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택·사회부
정성택·사회부
“국민안전처 간판을 내릴 순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업무는 반드시 강화돼야 합니다.”

안전처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안전처를 구성하던 해경과 소방의 독립 방침을 밝혔다. 안전처는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탄생한 안전처는 2년 6개월 만에 간판을 내릴 처지다.

물론 해경 독립은 정확히 말하면 복원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경은 대폭 축소된 뒤 안전처의 한 조직이 됐다. 이후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침몰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 해양범죄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현장 해경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방도 조직의 자율성이 떨어져 재난 발생 때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두용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기본은 현장 대응이다. 육상은 소방, 해상은 해경이 원칙이다. 그 위에 안전처를 만든 건 관리조직을 얹는 것뿐이었다”며 “출범 당시에도 조직의 자율성을 해치면서까지 안전처를 만드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과 소방의 독립은 이런 시행착오 후 내려진 당연한 결과다. 결국 안전처에 남는 건 과거 안전행정부(안행부) 시절 안전관리본부 조직이다. 국가 차원의 재난 발생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국정기획위는 29일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 행정자치부와 통합하는 개편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자부와 통합돼 과거 안행부로 되돌아가면 안전 업무가 장관의 여러 일 중 하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전과 정부조직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 장관이 안전을 전담해서 챙기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자연스레 차관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부처와 안전 관련 정책을 협의하는 데 주도권을 갖기 힘들게 뻔하다. 옛 안행부 출신의 안전처 관계자는 “안행부 시절 안전 관련 부서는 핵심 보직이 아니다 보니 능력 있는 인재들이 지원하려 하지 않았다”며 “행자부와 통합되면 이러한 기피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하성 경일대 교수는 “앞으로는 질병과 테러 등 서로 다른 재난이 겹쳐서 일어나는 복합재난의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럴수록 정부가 사전에 재난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부터 지진과 가뭄까지 최근 늘어나는 재난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안전 강화라는 지향점 없는 정부조직의 ‘뗐다 붙이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안전을 위한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민안전처#개편#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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