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은 전기 도둑? “오래된 보온밥보다 냉동밥이 맛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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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맞벌이부부 김지은 씨(32·여)는 지난달 29일 오전 6시경 전기밥솥 한가득 밥을 지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아침과 저녁 밥솥에서 수시로 밥을 꺼내 먹었다. 김 씨는 “따듯한 밥은 먹고 싶은데 아침에 밥을 새로 지을 시간은 마땅치 않아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전기밥솥의 보온기능을 이용해 한번에 밥을 지어놓고 며칠동안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기밥솥의 보온기능이 가정에서 전기 낭비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력거래소가 2013년 말 발표한 ‘2013년 가전기기 보급률 및 가정용전력 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1년 내내 사용하는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제외하면 가계가 가장 많은 시간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전기밥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밥솥 보온기능 사용시간은 1대당 연간 3791시간으로, TV(1918시간)나 컴퓨터(599시간), 선풍기(580시간)보다 많았다. 가전제품 가운데 연간 전기 사용량도 가장 많다. 전기밥솥 보온기능에 1대당 연간 604kWh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돼 냉장고(350kWh)나 에어컨(238kWh)보다도 많은 전기를 썼다.

이에 따라 전기밥솥은 가정에서 내는 전기요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4인 가족이 전용면적 85㎡의 아파트에 거주할 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 가구당 월평균 337kWh의 전기를 소비한다. 최근 시행된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조치 이전 요금 체계를 적용하면 한 달 평균 전기 요금은 5만8760원. 만약 전기밥솥 보온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전기요금은 4만1610원으로 떨어져 1만715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전기밥솥 보온기능의 사용시간을 절반 수준으로만 줄여도 매월 전기요금을 7980원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기밥솥을 전기 낭비의 요소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2011년 가전제품 사용량 조사에서도 전기밥솥 보온기능에 따른 전기 소비가 1위를 차지해 이를 바꾸자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밥솥을 취사때만 사용하고, 당장 먹을 양만 짓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맛 평가 실험에서 장시간 보온상태로 보관된 밥보다 냉동 보관했다가 해동한 밥이 더 맛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밥이 남으면 냉동 보관했다가 덥혀 먹는 게 에너지도 절약하고 밥 맛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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