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업체 ‘땅’을 팔때 결혼업체 ‘땅’을 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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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년만의 ‘9월 윤달’ 24일 시작… 속설에 업계 희비 교차
“금실 나빠진다는데…” 결혼 예약 뚝
11월 예식장 성수기커녕 파리 날릴판
“탈없다” 묘개장후 봉안당 안치 줄이어… 복지부, 화장 인터넷 예약기간 연장

182년 만에 ‘9월 윤달’(10월 24일∼11월 21일)이 돌아오면서 윤달 속설에 민감한 업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이 나빠진다’는 속설에 따라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어떤 일을 해도 무탈하다’며 이장을 하려는 고객들의 문의는 줄을 잇고 있다. 윤달은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 보태진 달이다.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쪽은 웨딩업계. 서울 종로구의 A웨딩홀은 윤달을 맞아 예약이 절반 이상 줄었다. 토요일이면 하루에 10건은 족히 열리던 예식이 윤달에는 5건 수준으로 줄었다. 총 4차례의 일요일 중 두 차례가 텅 비었다. 올 윤달이 낀 11월은 원래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식을 치르려는 커플들이 몰리는 ‘결혼성수기’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11월은 통상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식장을 잡을 수 있는데 올 11월은 (예약이 없어) 지금 당장 예약하더라도 식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컨벤션홀 형태의 대형 예식장과 달리 A웨딩홀은 규모상 식장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려워 타격이 더 큰 편이다.

웨딩플래너(결혼이벤트 기획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웨딩플래너 유수연 씨(58·여)는 다음 달 예정된 스케줄이 단 하나도 없다. 한 달에 많게는 10건 이상 결혼 준비 과정을 도왔지만 윤달을 맞아 일이 뚝 끊긴 것이다. 유 씨는 “주변 지인, (속설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기독교인 등을 통해 고객들을 수소문하지만 쉽지 않다”며 “막상 신혼부부는 대개 윤달과 관련된 속설을 잘 모르고 믿지 않지만 부모들이 나서서 윤달 결혼을 말린다”고 말했다.

반면 장례업계는 윤달을 맞아 개장유골(조상의 묘를 개장해서 유골을 화장해 봉안당에 안치하는 것)을 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장례서비스업체 청원추모공원은 윤달을 맞아 월 2, 3건 수준이던 개장유골 관련 문의가 윤달을 맞아 월 15건으로 급증했다. 윤달을 코앞에 둔 최근에도 하루에 전화 문의만 3, 4건이 걸려오는데 손이 모자라 손님을 돌려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윤달을 맞아 화장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난달 24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기존 15일이었던 화장 인터넷 예약 기간을 30일로 늘리기도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9월 윤달#윤달#장묘업체#결혼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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