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온 주부들 상대, 8년간 18억 등친 ‘60대 카사노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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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유모 씨(49·여)는 2012년 5월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 입구에서 한모 씨(60)를 처음 만났다. 길을 묻겠다며 유 씨에게 접근한 한 씨는 차량 트렁크에 실린 고급 등산용품을 선물하겠다며 환심을 샀다. 만남은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200평대 고급 빌라에 살고 거느린 직원만 4000명이 된다"는 한 씨의 말에 유 씨는 사업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선뜻 빌려줬다. 한 씨는 그 대가로 매달 200만~300만 원 용돈을 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러나 한 씨의 말은 전부 거짓이었다. 매달 용돈은 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빌린 돈은 한 씨가 서울에서 운영하던 커피전문점, 노래방 임대료 등으로 사용됐다. 유 씨는 결국 3월 한 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는 유 씨만이 아니었다. 한 씨는 2005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도봉산, 수락산 등에서 만난 유부녀 8명을 대상으로 총 18억여 원을 가로챘다. 40, 50대 주부들을 타깃으로 삼은 건 이들 중 일부는 외도 사실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유 씨로부터 고소당한 한 씨는 다른 피해자가 허위로 작성한 사실 확인서를 내밀며 오히려 그를 고소하기도 했다.

한 씨의 범행은 검찰이 계좌 내역과 사실 확인서 작성경위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조호경)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무고 혐의로 한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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